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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도 '레즈비언'도 아닌 그들은 '까터이'

[태국의 제3의 성, '까터이'를 바라보는 시선 ①]

    고두환 (casto)  




KB-YMCA 라온아띠 태국 팀은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던 중 그 자유로움에 한 번 놀라고, 그 수에 두 번 놀란 '까터이(정확한 정의를 못 내렸다)'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세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기자주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인 최현숙씨. 그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대한민국이여 커밍아웃하라, 종로여 진보와 연애하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대한민국 정치 심장부인 서울 종로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녀의 출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 사회 '성 소수자'의 변화를 알 수 있는 훌륭한 바로미터임은 분명하다.



태국엔 '제 3의 성'이라 불리는 '까터이'가 있다. 까터이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인데 여자가 되길 원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태국엔 '게이(남성 동성애자)'와 '레즈비언', 그리고 '텀보이(생물학적으로 여성인데 남자가 되길 원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성 소수자가 존재하지만, 유독 까터이가 눈에 띄고 주목받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수의 까터이가 태국 거리를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치앙마이에 있는 라차팟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우리 과에는 몇 몇 남자 아이들이 있었지만 모두 까터이였죠. 까터이가 아닌 아이들은 아마도 게이였던 것 같아요. 우리 인문대학에 있는 남자들은 대다수 까터이였어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



이것은 태국 북부에 위치한 왕리앙 학교의 '능' 영어선생님의 체험담이다. 그녀에 말에 의하면 태국의 시골은 도시에 비해 많이 보수적이어서 까터이의 비율이 적은 편인데, 왕리앙 학교는 생물학적 남자 학생 10명 중 한 명 꼴로 까터이라고 관찰되었다.



라온아띠 태국 팀은 까터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태국 북부의 왕리앙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찰일지를 작성하였고,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태국에서 반 년간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통해 토론을 진행했다.



까터이, 그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까터이. 우리는 이 말을 처음에 '트랜스젠더(transgender,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이들 중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이른바 남성과 여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수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까터이란 단어는 특정한 행동이나 특징 등을 설명하는 일반 명사처럼 태국에서 통용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이 '과연 젠더(gender : 성)를 트랜스(trans)하길 원하냐?'는 궁금증에 도착했다.



관찰일기 몇 장을 열어보자.



2008년 12월 26일. (이)유정(경남대 중국비즈니스학과 2학년)이의 관찰일기



왕리앙 학교의 5학년 '폭'은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까터이라 불린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난 그가 '까터이'인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여느 까터이들처럼 예쁘고 세심하게, 즉 여성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그다지 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진 교실에서 항상 여자 줄 중간에 앉아 있지만, 그를 남자 아이들과 섞어놓으면 큰 차이점을 살펴볼 수 없다. 다만 평일이든 휴일이든 언제나 여자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점, 한국어 교육을 할 때 '누나, 형'이라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언니, 오빠'라는 말에 살포시 반응하는 행동 등을 보면서 그가 까터이라는 생각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2008년 12월 29일. (이)민아(동아대 불어불문학과 3학년)의 관찰일기



머리에 꽃을 꽂는 게 귀여운 앙꺼(왕리앙 초등학교 2학년). 아버지가 도시에 나가 돈을 버는 관계로 1년에 두어번 보기가 힘든 앙꺼는 할머니와 단둘이 왕리앙 마을에서 산다. 그런 앙꺼를 딱하게 여기는 친척들은 여러모로 앙꺼를 챙긴다. 친척 누나들은 그의 교복을 세탁하고 다려주고, 동네할머니들은 그의 밥을 챙겨주곤 한다. 앙꺼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여자들속에 둘러싸인 채 자란 것 같다. 앙꺼는 자타가 공인하는 까터이다. 흥미로운 건 그의 할머니는 그가 까터이로 불리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앙꺼는 또래에 비해 힘이 세고 끈질긴 편이다. 하지만 나이 어린 1학년 아이들 셋이서 까터이라 놀리며 마구 때리면, 손목을 위 아래로 휘젓는 까터이 특유의 손짓을 해대며 내 뒤에 와서 숨곤 한다. 한 손에는 인형을 손에 쥔 채 말이다.



이런 앙꺼가 까터이임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학교에선 또래 친구들을 툭툭 치며 교실을 행보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오늘도 내 옆을 앙꺼가 지나간다. 여자아이 둘과 함께 아기자기한 지갑을 들고서, 때때로 '싸외디카(태국에서 여성들이 거네는 인사말)'라는 말을 소곤 되며 내 옆을 앙꺼가 지난간다.



2008년 12월 23일. (천)주희(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의 관찰일기



깡마르고 뽀얀 피부에, 분홍색 점퍼를 입고 웃을 때 눈을 찡긋거리는 능(왕리앙 중학교 3학년)은 오늘도 유치원 아이들이 줄을 잘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왕리앙 학교에서 가장 태국스러운 까터이다. 자신의 여성성을 강조하려는 듯 모든 소지품 색은 '분홍'이고, 핸드폰 액세서리에는 태국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리오(태국의 잘생긴 남자배우)'의 사진이 걸려 있다.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새 다리와 가느다란 팔은 그가 어렸을 적부터 몸매관리를 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방과 후엔 여자 아이들이 입술에 바르는 것을 함께 바른다. 거기에 가는 목소리, 섬세한 손짓…. 여성임을 강조하려고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이는 그런 특징들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승무원이 되는게 꿈인 능, 중요한 건 능은 자신이 분명히 여자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2008년 12월 27일. (고)두환(공주대 국제통상학과 4학년)이의 관찰일기




'쪼'. 올해 16살인 그는 지난 해 왕리앙 중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청소년이 아니라 스님이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주하는 모습이었다. 여느 젊은 스님들과 다르게 목소리가 깊고 중후한 맛이 풍기는 그는 항상 염불을 외는데 중심에 서 있었다.



동네에 장례식이 있을 때, 영혼을 달래주러온 그를 두 번째로 보았다. 시종일관 떠들거나 먹기 바쁜 젊은 스님들과 다르게 그는 자못 근엄한 표정을 유지했으며, 염불을 외기에 여념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절에 갔다'라던가 '군대 대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인 젊은 스님들 사이에 그의 존재는 자못 독보적이었다.



절에서 그를 세 번째 봤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홈스테이집 손녀 '누이(왕리앙 중학교 2학년)'와 절친한 친구였다. 태국에선 스님과 여성은 신체접촉조차 되지 않고, 대화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얇아진 목소리, 화려한 손동작, 사뿐사뿐 걷는 발동작. 얼마 전 시주로 들어온 액세서리를 누이에게 건네는 손길, 그는 까터이였다.



태국에 여자 스님은 없다는데, 까터이는 버젓이 스님으로 있었다. 재미있는 건 동네 사람 누구든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 그렇다면 여자와 접촉조차 되지 않는 스님이란 존재들 중 남자를 좋아하는 까터이란 존재가 섞여 있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상은 같은 동네에 사는 비슷한 나이 때 까터이 4명을 두어달 동안 관찰한 결과 중 일부이다. 그리고 우린 까터이란 단어를 정의내리기를 포기하고 만다.


덧붙이는 글 | KB-YMCA 라온아띠 해외봉사단 태국 팀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태국 북부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게이'도 '레즈비언'도 아닌 그들은 '까터이'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4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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