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코드, 드라마 속 ‘약방에 감초’
[일간스포츠 2007-03-25 18:42]
[JES 이현] 드라마 속의 ‘남남 커플’이 또 하나 추가됐다.
SBS TV 주말극 <사랑에 미치다>(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에서 카페 주인 피사장(박철민)와 나이트클럽 사장 청호(정소영)가 심상찮은 애정라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24일 방송에서 이른바 ‘피청 커플’로 불리는 두 사람의 만남은 청호가 피사장의 가게를 찾으면서 이뤄졌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술을 먹던 청호가 피사장에게 동석을 권했고. 함께 술을 먹던 두사람은 취한채 손을 꼬옥 잡고 잠이 들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탄생한 ‘남남커플’의 만남이 화제가 됐다.
청호는 극중 채준의 고아원 동기. 주먹하나로 나이트클럽 운영자가 되지만. 마음 속에는 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민희(김은주)가 채준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채준의 일에는 쌍심지를 켠다. 그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피사장은 말을 할 때 마다 ‘어머머’를 연발하는 등 여성스러운 말투와 심성을 가진 남자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등장인물 모두가 가슴 아픈 사람들로 서로를 다듬어주는 상대방을 가지고 있다. ‘피청 커플’은 ‘남남커플’이라기 보다는 극중 청호에게도 외롭고 쓸쓸한 가슴을 다독여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등장한 것”며 극중 ‘동성애 코드’를 설명했다.
드라마 속에서 동성애 코드의 등장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KBS 2TV <미스터 굿바이>와 MBC TV <발칙한 여자들> 등에서 살짝 등장했던 이후 최근 종영한 MBC TV <주몽>에서는 협보(임대호)와 사용(배수빈)이 야릇한 러브라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민호(김혜성)와 범(김범)은 극중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극진한 우정때문에 윤호(정일우)로 부터 ‘니들 부부냐’는 조롱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돼왔던 ‘동성애 코드’가 드라마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의식 변화를 대변하는 셈이다. H.O.T나 신화같은 아이들 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성 팬들은 이들 멤버들 사이를 동성애 관계로 묘사하는 팬픽(fan fiction. 팬들이 자신들의 스타를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을 돌려 읽는 등 동성애 코드를 나름대로 즐겨 왔고. 이런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동성애를 용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 남남커플은 진지한 애정 관계로 묘사되고 있다기 보다는 드라마의 ‘웃음코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청자들의 반응은 화제에 대한 환영이지만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진지한 동성애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등장할 경우 현재와 같은 매끄러운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이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는 ‘남남커플’의 애정이 과연 어느정도까지 그려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현 기자 [tanaka@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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