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다니던 동네 헬스클럽에 선수로 활동하는 보디빌더가 있다.
그는 식단관리부터 수면, 휴식,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까지
운동에 관한 한 프로패셔널의 향기가 담뿍 난다.
재미있는 것은 헬스클럽 사람들끼리 가끔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구워먹을 때
게이에 관한 화제가 드물지 않게 나온다는 점이다.
이른바 근육맨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것은 바람난 여성들이 아니라,
남성다움에 사족을 못쓰는 게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게이에 관련된 불미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고
그런 우중충한 ‘근육맨 시련사’를 공유하면서 게이들을 싸잡아
성도착자로 매도하면서 대화를 끝맺곤 한다.
하지만 몇 년째 그들과 호형호제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 중에 여럿은 자신이 어떤 시선에게 포획당하며
(성적으로) 대상화되기를 그다지 싫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사우나나 몸을 노출해야 하는 장소를 꺼린다면서도
정작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응시하며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자신들을 욕망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그들 중에 또 다른 선수는 몇 년 전 보충제를 마련하기 위해
게이클럽에서 야한 팬티만을 걸친 채 서있는 모델로 잠깐 일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고액을 받는 조건에서 성매매를 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게이섹스는 정상적인 인간이면 하면 안되기에
굳이 성매매를 한다면 여성과 성매매를 하는 것보다
10배쯤은 더 주어야지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 선수.
이 선수에게는 자주 어떤 그룹이 와서 개인트레이닝을 받는데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은 다함께 샤워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조그마한 동네의 조그마한 헬스클럽에 넓은 샤워실이 있을리 없다.
그렇게 좁디좁은 샤워실에서 서로 몸을 밀착하며 샤워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지
종종 운동과는 상관이 적은 듯한 지갑이 두꺼운 게이들도 그의 제자가 된다.
최근에 그는 우리 헬스클럽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클럽에
자신의 누드사진 몇 장을 과감히 올렸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대의명분 중의 하나가
보디빌딩의 매력은 후천적으로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자기통제라고 하는데,
그의 사진에는 성기까지 적나라하게 나와있었다.
한때 게이클럽에서 일했던 또 다른 선수는
바로 이것이 누드사진 촬영제의나 고액 성매매를 노린 홍보라고 추측한다.
물론 대부분의 보디빌더들을 이 두 명과 같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지극히 억지스럽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징그러운 그들의 몸을
사랑하는 이는 어쩌면 반어적으로 게이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비록 그들 대부분은 이를 아주 역겨워 하겠지만.
하지만 그들 중에 영악한 이들은 이러한 게이들의 환대를
재빠르게 흡수하며 자신의 몸을 게이들에게 살짝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몸을 이용한 돈벌이를 찾는 게 있군요...
역발상.. 재밌게 읽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