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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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2006-12-16 10:52:25
+4 1160
소낙비님...
소낙비님이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를 때는 그에게 남성스러움이 철철 넘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제가 소낙비님의 생각을 이해한 것 맞죠?

damaged..? 님...
"'언니'라고 불리는 게이가 반드시 끼순이나 마짜인 건 아니다. "
damaged..?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네, 맞아요. [반드시] 그런건 아니죠.

코러스보이님...
그날 술 자리에서
제가 듣고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1. 인간 관계를 넓혀라.
2. 너를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데 왜 못 부르게 해서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거야. 이건 언어폭력이야
이 두가지입니다.

다른 분들의 삶에 있어-그들이-어떤 인간관계를 형성해 왔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분들도 제가 어떤 인관 관계를 형성해 왔는지 모를 것이라 추측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사람들과 단절하고,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는 사람쯤으로 흠집내고
제 인생을 폄하하는 것이야 말로 더 언어 폭력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논쟁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말을 꺼내는 것은 상대를 흠집내
이후의 논쟁에 힘으로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처럼만 비춰집니다.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설령, 제게 말씀하시는 분들이-그들의 주장처럼-저 보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것으로 나 보다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며, 올바른 관점을 지닌 것이라고
확증이 되는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해를 방지기 위해 말씀드리지만, 제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며, 올바르다는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뭐, 여하튼 그런 생각이라면, 언제나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어린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은 나이 많은 사람보단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겠군요.
뭐, 여하튼 저는 그런 생각엔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언니"라 부르는 현상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하여,
다른 분들이 그렇게까지 제 인생을 훼손할 필요도, 권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이 제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제가 그 분들의 인생이 헛살았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주변인이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주변인도 A를 바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삼자인 제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갑"은 주변인이 바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갑은 주변인에게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이 때, 주변인은 갑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넌 왜 내가 너를 바보라고 부르는 자유를 억압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언어폭력이라구!"
과연, 갑은 주변인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한 겁니까?

논쟁이 반드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가 고압적인 자세로 한 사람의 인생을 거론하면서
언어폭력이라고 매듭짓는 것은 제가 원했던 대화도, 대화의 종결도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저와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똑 같이
"방에만 쳐박혀 있지 말고, 인간관계 좀 넓히고, 오픈 유어 아이스."라고
경박한 어조로 상대를 조롱하거나,
혹은 고압적인 어조로 상대가 살아온 인생을 허무한 것으로 폄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픈 마인드를 갖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려는 사람의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게이끼리라도 나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과 얘기하는 것은
동성애자인 내가 이성애자들과 얘기하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고백을 들을 사람들의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뭐.. 커밍아웃을 해도 생각보다 잘 받아 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예상보다 몇배의 어려움에 봉착해 커밍아웃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진실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길 원하다면,
커밍아웃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제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적은 한번 뿐이지만.. -_-)

친구사이 게시판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와 기대는 나름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곳이 9시 뉴스 같은 분위기가 되기 보다는 개콘 같은 분위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게시판의 방향성이 몇 사람 혹은 주류, 아니면, 다수에 의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력 있는 게시판은 가능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뉴스 분위기가 나는 게시판을 원하는 사람이
개콘 분위기가 나는 글을 쓴 사람에게
"니 글은 내게 스트레스야, 그러니 그런 글은 올리지 말아"라고 한다면
이것은 자신의 권리를 오버한 것이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미리 연막을 치는 것은
제 글이 스트레스가 되니 올리지 말아달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해서 제 생각을 커밍아웃하는 것은 언제나 고민입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가 논쟁을 불러 일으킬 만한 그 어떤 글도 원하지 않는다면
제 생각을 커밍아웃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차돌바우 2006-12-17 오전 08:44

난 누군가 글을 올리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
정 문제가 되면 그 사람의 글을 클릭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니까.
자신의 생각이 남과 다르면 대화하고 설득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생각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아무리 잘못된 생각이라도 말이지.
또 하나.
난 게시판상의 논쟁은 사실 좋아하지 않아.
얼굴을 맞대지 않고 하는 말은 결국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 마련이거든.
상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지.
그래서 난 사실.. 누가 뭐라 쓰던 글에는 별 반응을 안보이지.
결국 단편적인 생각의 누수 일뿐.

결론 :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삼~! ^^
추신 : 공연 못가서 미안해 ^^

단비 2006-12-18 오전 02:55

추신 맘에 안들어. -_-

dovescry 2006-12-31 오후 23:44

2주나 지나서 덧글을 다는 건데, 누가 보기나 할실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요즘들어 저는 '소유'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마침 제가 인용하게 될 말이 동아일보 기사라는 점이 무척 안타깝지만,
얼마 전 동아일보 논설란이었던가 어딘가에서 봤던 말을 기억해내자면...
기사에서, 이번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일컬어,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소유'는 인간 본성인 것 같아요.
 
몇 년 전, 그룹 핑클이 처음 데뷰했을 때, 저희 누나는 성유리를 이쁘다 하고,
저는 옥주현이 제일 이쁘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그거, 정말 별 거 아닌 시시한 대화잖아요. 너 성유리 좋아? 나 옥주현 좋아. 끝.
근데, 결국 싸움이 되더군요. 누나는, 넌 왜 저렇게 넙데데한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느냐,
저는, 내 맘이다. 누나가 성유리를 좋아하건 말건 상관 없지만, 난 쟤 맘에 안 든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램을 마음 깊숙히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결국, 타인의 감성을, 더 나아가 그들의 사상과 재산까지 모두
'소유'하고 싶어하는 근본적 욕구에서 기인하지 않나 생각해 봐요.
요즘 사람들, 아주 쿨한척, "넌 그래? 난 이래. 그래 각자 제 갈길 가자. 끝."
이런 거 같죠? 사실은 전혀 안 그래요. 남도 나와 같이 생각할 때 그때야 마침내 만족,하죠.
그래서 계속 인터넷 게시판에, 덧글에,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어떻게건 내 뜻을 알려, 그 뜻이 다수가 되게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생각들 또한 내 소유,가
될 수 있게끔.
 
저 역시 마찬가지여서.
몇 년 전, 차돌형을 통해 동대 후문 쪽이었던가, 어딘가의 뒤풀이 자리에서 만나진 형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그 형한테 "언니 멋지다~" 한 마디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분이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며, 저는 그런 표현 싫어해요, 하더라구요.
그 때도 저는 생각했죠. 저건 궁극적으로 '여성'에 관한 모욕이다.
'언니라고 불리우는 것' = '자신의 여성성이 타인의 입으로 표현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이라고 생각했구요.
(생각해 보세요. A라는 여자가 B라는 여자에게 농담으로 '오빠' 라고 부르면 B가 화를 내나.
'남성성'은 인류가 늘 칭송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걸로 별로 화 안 내요.
하지만, '여성성'은 늘 비하되고, 천시되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서로를 여자같다,라고
말하는 걸 거의 폭력으로 생각하구요.)
그래서 그 날 이후론, 제 블로그나 자주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마다, 그 기억을 들먹이며,
"세상에, 제 얘기 좀 들어 보세요. 차돌형 통해 알았던 어떤 형이 있었는데, 아 글쎄, 그 사람
언니라는 말에 경끼를 일으키더군요. 그거, 여성 비하 아닌가요?"
이런 글을 올려서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막 데뷔한 초짜 게이가, '돕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덧글이라도 달아주면,
저는, 마침내, 기뻐하고, 그 초짜 게이를 내 그룹 안에 소유했음에, 만.족.했어요.
요 위에 차돌형이 말하는 게시판 상의 논쟁.
전 세계가 월드 와이드 웹에 의해, (그리고, 서태지가 노래하던, '방 한 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에 의해) 움직이는 판국에, 나 혼자 오프라인에
나서서, 외쳐봐야, 타협의 효과는 보나마나 빵점이고.
자아,
어쩌겠어요.
그냥, '놔두는 수 밖에'
다만, 단비님.
(늘 제가 인용하는 마돈나 노래 가사처럼) 마음을 여세요.
나도 열테니까.
 
어쨌건,
오늘 모처럼 시간이 비어서, 심심해 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돌형에게 전화나 해 보고,
이웃사촌 단비님과도 놀아볼까 했더니만,
망할, 차돌, 또 스키장 갔나 보네요. 도대체 매주 거긴 뭔 영화를 누리자고 가는 건지. ㅋㅋ
이 길이에, 덧글 란에 다 들어가려나 모르겠네.
애니웨이,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비님, 차돌형, 그리고 우리 모두.

Calicott14549 2011-11-16 오전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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