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였습니다.
어머니가 한동안 말 않던 결혼 이야기를 하시면서.. 한국 여자들이 힘들거 같으면..
외국 여자, 남들 한다던 동남아 여자는 어떠냐며..
가정을 가지지 못하면 혼자 아프고 늙어서 후회한다고 일장 연설을 하시길래..
말해야 하나 참고 넘겨야 하는 가, 망설이다가, 말을 했습니다.
'난 여자에 관심 없다, 나, 게이다.'
그리고 버릇처럼 쏟아지는 엉뚱한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서, 그렇지만 난 지금의 내가 편하다, 남들과 함께 지내는 거 힘들어서 싫다.. 등등..
왜 커밍 아웃을 하면 자꾸 딴 소리로 대화를 몰아 가려는 건지.. 나 스스로 어색해서 언제나 커밍 아웃을 하면 힘들어 지더군요..
하여튼간, 내가 게이란 거에 반응한 건 어머니가 아니라 여동생이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고, 여자랑 데이트는 해봤냐고 따져 묻는 거 무시하고..
일단 어머니에게 아직은 혼자가 편하다고 말해 두었습니다.
새벽 1시까지 엄마와 여동생과 내가 지리한 설교와 앙탈과 아귀다툼을 하다가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지만..
난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꼭 가슴에 소화되지 못하는 느끼한 게 느글거리듯 유영하고 있는 거 같아 지금도 불편하네요..
아침에 일어나 아무 일도 없는 듯 밥 먹고 조용하게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지만...
어제, 커밍 아웃, 제대로 한 건지, 하나 마나한 소리를 괜히 한 건 아닌 지.... 잘 모르겠습니다.
흠, 언제고 하긴 해야 하지 않을 까? , 싶었지만, 가족 앞에서의 커밍 아웃, 편치 않은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