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대표님과의 단독면담을 위한 미모 관리 잘 하고 계신가요?
저도 며칠 전 종로 모처 한식 집에서 대표님과 독대를 했답니다.
늘 하던대로 맥주랑 치킨, 혹은 소주와 오뎅국물이 아닌 하얀 쌀밥과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다소곳이 앉아있으려니 왠지 어색어색... 하지만 꼭 성은을 입으리라 두눈 질끈 감고...
(여기까진 낚시글)
수저를 들자마자 처음 꺼낸 대표님의 말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였지요.
후훗! 하긴 내 미모가 대단하긴 하지.(-- ! )
근데 사실은 십년 넘게 갈 곳 없이 친구사이에 남아 있다는 것이 대단하는 것이었죠.
제 대답은 "당신도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걸." 이었구요.
뭐, 그 후에 오고간 면담 내용은 시시콜콜 밝히지 않겠습니다.
다만, 하반기엔 좀더 인권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갖고 일을 하자는 이야기
또 좀 더 끈끈하게 지내자는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끈끈하고, 지금보다 더 끈적해지자면 불안해 할 회원님들도 몇 분 있겠지만 ㅋㅋ.)
아, 물론물론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결단코 밝힐 수 없슴미다.!!!
술을 한 잔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땐 한창 알러지로 피부가 쥘알하고 있을 때라서 아쉽긴 했지요.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풀고나서 혼자 든 생각.
난 왜 이렇게 징하게 친구사이에 남아 있나... 친구사이는 나에게 있어 무엇인가... 친구사이의 어떤 정체성이 나랑 궁합이 맞았길래 친구사이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나... 친구사이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어떤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남들이 동의를 하든 안 하든 개인적으로라도 나와 친구사이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보는 친구사이는 이런 단체다. 라고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복잡한 건 싫어하니 하나씩 거칠게 손꼽아본다면,
일단 친구사이는 인권단체이고... 꽤 정치적인 운동을 하고 있고... 쿨한척 하지만 상당히 끼스런 운동방식을 추구하고 있고... 개개인의 기갈을 중시하는 미풍양속이 잘 보존되고 있고... 피는 안 섞였지만 끈질긴 가족애가 있는 듯하고... 그래서 일종의 유기체처럼 보이기도 하고... 회원들 간에는 절대 식성이 안 되고... 그래도 종로거리에 나가 몇 사람 거치면 다 동서지간이 되고... ㅠㅠ
결국 내가 지금껏 알아온 친구사이는 "끼스런 가족적 운동 공동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끼와 가족, 운동,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가 묘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그게 친구사이가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고, 그래서 나 역시 지금까지 친구사이를 자연스럽게 내 삶으로 여기며 살수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올 후반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내년, 그 다음해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분간은 친구사이에 대해 그런 상을 갖고 있을 거 같고... 제가 친구사이에 결합하는 방식도 그런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대표님과의 면담에 대한 스포일러였슴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