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못 보았던 '삼순이' 7회를 어제부터 몰아보았다. 종영을 앞두고 2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끝내야 할 때를 아쉽게 놓친 드라마. 삼순이 캐릭터와 스테디 캠의 반복 사용이 인상적인 드라마. 여하튼 삼순이의 그 말.
"삼식이는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일지도 몰라."
노처녀의 체념이 한켠에 깔려 있는가 싶다가도, 삼식이에 대한 집착이 단단히 여물어 씨톨처럼 박힌 삼순이의 속내.
얼마 전 최민식은 그 논란의 기자회견 중에 '난 항상 이게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하며 임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열심히 한다는 소리쯤 되겠다.
두 사람의 진의가 담긴 말인지 아니면, 매상 겪곤 하는 호사가들의 말풍선이 빚어낸 오버의 푸념인지 알 바 아니지만, '삼순이'를 몰아보면서 가끔 뛰쳐나오던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라는 말이 이상하게, 그리고 참으로 낯설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꼭히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 '내 인생의 마지막 영화'라는 말들이 갖는 그 허망함, 시간이 지나면 곧 쓴웃음으로 회고될 그 민망함을 익히 터득하고 있어서만은 아닌 듯싶다.
답은 '삼순이'의 최고의 명 대사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이별을 통고 받은 희진(정려원)이 삼식이에게 말한다.
희진 : 시간이 지나면, 삼순이도 나처럼 너에게 잊혀질 거야. 시간이 흐르면 지금처럼 그렇게 될 거야. 그래도 사랑할래?
그러자 우리의 삼식이 멍하니 희진을 보고 있다가 이렇게 대꾸한다.
삼식이 : 사람들은 나중에 자신이 죽을지 알면서도 살아가잖아.
좋은 대사다. 눈물이 찔끔 배어나온다.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란 말에 시간의 먼지가 쌓여서 언젠간 쓴웃음으로 회고되는 죽은 말이 될지언정, 지금 바로 그렇게 말하는 것, 지금 그렇게 열정을 갖는 것, 매사에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
내가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열정, '독기'와는 다른 삶의 문장.
Coldplay | In My Place
(뭐라 써야 할 말은 없으면서, 이모티콘 한 개라도 남기고 싶은건,
내가 이 글을 읽으며 무언가를 얻었음에 감사한다는 무언의 표시라고 알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