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반모임이나 정모에서 가끔 사람들을 사귀는 때가 있다.
애인이든 혹은 친구이든, 아니면 아는 사람이든.
단순히 안면만 트고 지내는 경우
각자 관계에 대해서 욕심이 크지 않기에 고민을 안겨주는 경우도 별로 없다.
반면 앞서 언급된 두 종류의 관계는 조금 복잡하다.
몇 달 전 대학동성애모임에서 한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어차피 서로 ‘식’도 아닌 마당에 몇 달 간 굉장히 친하게 어울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녀석이 갑자기 잠적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고
녀석의 싸이홈피는 휴면 상태에 빠졌다.
조만간 연락하겠지, 바쁜 일 또는 복잡한 일이 있나 보지
하면서 몇 달을 기다렸지만 녀석은 끝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그 녀석과 나름대로 친한 또 다른 이반친구가
내게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학교식당에서 오랜만에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녀석이 아주 싸늘하게 반응하며 먼저 갔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내게 “흥이 넘치는 대학동성애모임의 정모와는
사뭇 다른 평소의 인간관계”가 떠올랐다고 했다.
물론 왜 그 친구가 연락을 홀연 두절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반생활을 정리한다’라거나
본인도 이반이면서 이반을 죄악시하는 사람들을 더러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에게 굳이 연락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연락하지(받지) 않을 자유, 성적 지향을 바꿀 자유,
특정한 집단과 거리를 취할 자유가 그에게 있다.
다만 그게 진정한 자기 삶의 기쁨으로 올지는
시간이 이야기해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일이죠.
그나마 다행인건, 잊혀지는 과정을 깨닫지 못하고 어느날 문득 보니 연락을 안하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