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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정부관리정책, 감염인 인권침해 심각



“배제는 과학도 아니고 예방도 아니고 더군다나 치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더한 공포는 차별의 존재보다도 이런 차별 때문에 자신의 질병을 밝히고 살 수 조차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지난 달 19일, 한국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이하 나누리+) 주최로 열린 ‘HIV/aIDS 정부관리정책과 감염인의 인권 공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윤호제씨의 말이다. 에이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와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질병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고스란히 감염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


토론회에서 제기된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모자이크 처리를 약속 받고 방송촬영에 협조했으나 결국 얼굴이 노출되고도 호소할 수도 없었던 예, 보건소 직원이 감염 사실을 주변에 부주의하게 노출해 고통 받거나 보건소의 다른 직원들도 있는 완전히 공개된 공간에서 굴욕적인 인준을 받는 등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진 예 등 무수하다.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감염인은 인권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감염된 동성애자의 경우, ‘당신이 걸릴 짓을 했다, 그러게 동성애를 왜 하냐’ 등 동성애자라는 편견 때문에 가족들에게조차 말을 하기 어려워 소외와 침묵을 깊게 만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에이즈로 인한 해고는 금지되어 있지만 직장의 건강검진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에이즈 검사가 관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성판명이 나는 경우, 대부분 해고 또는 자진 퇴사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수감중인 감염인 제소자의 경우 더더욱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그 0.75평의 먹방을 잊지 못한다. 운동은 물론 세수도 못하고 설거지도 못하고, 재판 받을 때를 빼고는 한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간수, 재소자들 모두 내 감염사실을 알고 내 앞을 지나갈 때면 침을 뱉고 욕을 했다. 간수들은 재소자들이 말썽을 피우면 에이즈 환자 있는 방에다 넣겠다고 재소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내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사내자식이 에이즈 걸렸으면 죽어야지 왜 사냐는 말과, 저래서 부모 없는 자식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 중에서)


아직 약을 복용하지 않은 감염인의 경우, 의료진이 통상적 주의의무를 다하면 다른 환자들과 동일하게 치료하여도 무방하나 여러 차례 보고된 바대로 근거 없는 HIV 감염인에 대한 진료 거부나 수술 거부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주노동자, 성매매 여성 인권침해 심각


이주 노동자와 성매매 여성의 경우에 인권 침해 상황은 더더욱 심각하다. 나이지리아 출신 어느 이주노동자의 경우, 감염자로 확인되어 강제출국대상자로 분류되었으나 추방명령만을 받았을 뿐 치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 출국을 희망하였으나 비행기 티켓 값을 마련할 돈이 없는 처지였다. 간신히 <샬롬의 집> 등 몇몇 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출국하려 했으나 미국의 모 항공사가 병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해 귀국이 좌절됐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으나 도착 직전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예방법 상의 취업금지 조항이 인권침해적인 독소 조항으로 지적되었다. 이 조항은 성매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간주되는 업소에 대한 감염인 취업금지와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콘돔 미사용 시 남성이 여성에게 감염시킬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확률이 높을 뿐더러 성매매 여성은 사회적 권력관계의 의한 질병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은 남성 성구매자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성구매자를 위해 국가가 ‘상품/서비스’를 관리하는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에이즈의 감염경로와 관련된 역사조사서 작성과정의 사생활 침해 문제도 제기되었다. 성접촉력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콘돔 사용 여부 정도인데도, 역사조사서 작성시 동성간 성접촉력에 대해서만 성정체성, 파트너를 만나는 장소, 선호하는 성형태까지 기입하도록 하는 등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 그 자체는 에이즈와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관련된 공개자료에서 동성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정책에 의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간접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취약계층에 대한 감시가 능사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나누리+의 미류씨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여성의 노동권 등에 대한 침해와 차별이 여성을 HIV에 취약한 집단으로 만들고 있음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의제”라며 “HIV에 감염되기 쉽다고 여겨지는, 또는 감염된 집단이 왜 HIV/aIDS에 취약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녀들을 감시하려 드는 현재의 관리체계가 오히려 그/녀들을 공공보건체계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HIV/aIDS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처해있는 이들에게 확대되고 있으며. 아직도 심각한 편견의 결과로 인권침해와 빈곤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직도 HIV/aIDS 감염인은 ‘격리’시키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며, 편견과 간접차별 요소들이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현재의 에이즈 정책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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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금오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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