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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컨트리 (Another Country, 마렉 카니브스카, 1984)

음.... '모리스'보다 정치적인 퀴어영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게이 영화의 페르소나 루퍼트 에버렛과 콜린 퍼스의 첫 번째 출연작. 1989년 커밍아웃했던 루퍼트 에버렛은 이 영화에서 섬세하고 신경질적인 게이로 등장하고, 콜린 퍼스는 공산주의자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기숙사 영화지만, 실화를 토대로 해서인지 1930년대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학생 규율부의 눈을 피해 밤마다 학교 내 나룻터에서 미소년과 사랑을 나누던 가이 버넷(루퍼트 에버렛)은 결국 밀월의 애정이 들통나 규율부의 채벌을 받고 학생회장도 되지 못하게 됩니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옆에서 계속 조잘대는 꼬뮨니스트(콜린 퍼스). 마지막 장면에서 가이 버넷은 "동성애가 수치가 되지 않은 나라가 정말 있을까? 정말 니 말대로 공산주의 사회는 그런 편견이 없을까?" 하는 독백을 하게 되는데, 실재로도 1955년 소련으로 망명했다는 타이틀이 뜨게 되지요. 친구인 꼬뮨니스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가 죽게 되고요.

감독은 역설을 용인하지 않을 만큼 차분하게 동성애를 정치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1955년이면 또다른 나라를 동경한 가이 버렛이 망명했던 소련도 동성애에 대해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던 시절이었을 테니까요. 과연 그가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까요?

암튼 이 영화의 압권의 장면은 가이 버넷이 교율부에게 처음 문책을 당할 때 시치미 뚝 떼고 뱉어낸 말.

"나를 채벌하겠다고? 그럼 이 학교에서 나랑 잔 놈들 모두를 불어버릴 거야. 실은 너도 나랑 잤잖아."


p.s

Rupert Everett

루퍼트 에버넷은 게이 영화의 페르소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죠. 처녀작 'Another Country'를 비롯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넥스트 베스트 씽', 그리고 독일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동성애자들을 진혼하는 다큐 '형법 175조' 등 헐리우드 스타 이전에 이미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 표현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넥스트 베스트 씽'은 마돈나의 형편없는 연기과 휘청거리는 연출력 때문에 흠집 투성이인 영화지만 퀴어 영화의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기는 합니다. 커밍아웃한 감독 존 슐레진저의 유작이면서 마돈나와 루퍼트 에버넷이 의기 투합해서 결합한 것만으로도 흥미만점. 물론 영화 보고 나서 으윽, 했던 거만 빼면.

음..... 어나더 컨츄리 보니 젊군요. 근육은 없어도 섬세한 매력이 농밀한. 물론 상대역으로 나온 꽃미남이 제겐 더 이뻐 보였지만. ㅡ.ㅡ 루퍼트 에버넷은 영화 말고도 소설, 시나리오 등에 꽤 재능이 있는 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상업적 이해 타산을 일단 제치고 커밍아웃을 하는 용기 있는 배우들이 멋지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