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찍 들어와 빈둥대다가 오랜만에 퀴어코드의 단막극 하나를 보게 되었다.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몇 해 전에 베스트 극장에서 '연인들의 점심식사'란 단막극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한창 유행하던 양식, 한 가지 사건을 여러 명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마지막 시선에서
반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는데 그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반전이 바로 동성애 코드였다.
꽤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문화방송에서 '완벽한 룸메이트'라는 퀴어코드의 단막극을 방영했다.
제목이 그다지 참신하지 못한대다가 초반 스릴러 양식도 분위기는 제법 그럴싸했지만
그다지 촘촘하지 못한 그물이었고 동성애자인 내가 보기엔 중간 부분의 반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꽤 흥미를 끈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그 세명의 관계가 알려진 후 셋이 함께 한
소풍장면이 그것이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섞인 삼각관계라는 요란한 수식어를 갖다 대지 않더라도 서로
애증이 얽힌 세 명이 함께 시간을 갖고 나누는 얘기들. 쉽지 않은 장면이다.
결론 장면은 다소 진부하긴 했지만 몽롱하게 처리한 화면 때문에 그것이 물리적 현상인지
환상인지 구별짖기 모호하게 처리했다.
과도하게 있어보이기 위해 쉴세 없이 틀어대는 이름모를 아리아와 클래식 선율들이 귀에
거슬리고 진정한 퀴어 코드의 정감을 느끼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단막극에선 정평이 나 있는 황인뢰라는 이름값 때문이었는지 국내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결말과 이야기처리 등은
인상이 꽤 남는다.
p.s. 그래도 이성애자와 양성애자(?)로 나오는 두 인물은 배경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제시되지만 게이 케릭터로 나오는 그 인물은 배경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거의 나타나 있지 않다.
아직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게이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만으로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큰
비중(?)의 존재들인가 보다.^^
룸메이트와 수정의 만남 장면부터 봤는데.. 그때 부터 보이는 룸메이트의 끼스러움은...
대충 감이 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