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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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2004-09-04 09: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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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들어와 빈둥대다가 오랜만에 퀴어코드의 단막극 하나를 보게 되었다.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몇 해 전에 베스트 극장에서 '연인들의 점심식사'란 단막극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한창 유행하던 양식, 한 가지 사건을 여러 명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마지막 시선에서
반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는데 그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반전이 바로 동성애 코드였다.

꽤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문화방송에서 '완벽한 룸메이트'라는 퀴어코드의 단막극을 방영했다.

제목이 그다지 참신하지 못한대다가 초반 스릴러 양식도 분위기는 제법 그럴싸했지만
그다지 촘촘하지 못한 그물이었고 동성애자인 내가 보기엔 중간 부분의 반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꽤 흥미를 끈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그 세명의 관계가 알려진 후 셋이 함께 한
소풍장면이 그것이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섞인 삼각관계라는 요란한 수식어를 갖다 대지 않더라도 서로
애증이 얽힌 세 명이 함께 시간을 갖고 나누는 얘기들. 쉽지 않은 장면이다.

결론 장면은 다소 진부하긴 했지만 몽롱하게 처리한 화면 때문에 그것이 물리적 현상인지
환상인지 구별짖기 모호하게 처리했다.

과도하게 있어보이기 위해 쉴세 없이 틀어대는 이름모를 아리아와 클래식 선율들이 귀에
거슬리고 진정한 퀴어 코드의 정감을 느끼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단막극에선 정평이 나 있는 황인뢰라는 이름값 때문이었는지 국내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결말과 이야기처리 등은
인상이 꽤 남는다.

p.s. 그래도 이성애자와 양성애자(?)로 나오는 두 인물은 배경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제시되지만 게이 케릭터로 나오는 그 인물은 배경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거의 나타나 있지 않다.
아직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게이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만으로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큰
비중(?)의 존재들인가 보다.^^

기즈베 2004-09-04 오전 10:08

마지막 장면은 '베니스에서의 죽음' 장면을 연상시키잖아요.. 유치하기도 했는데..원작은 어떘을지 궁금했음... 드라마 대본 쓴 작가가 원작자 던데.. 기분 별로 안 좋은 밤 ... 이걸 봐서.. 그나마 위안이 되더라는..
룸메이트와 수정의 만남 장면부터 봤는데.. 그때 부터 보이는 룸메이트의 끼스러움은...
대충 감이 오더라구요..

사하라 2004-09-04 오후 20:42

나도 어제 조금 보았는데
딴일을하면서 무심코 틀어놓은 테레비젼속 분위기가 어째 요상스럽다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내가 눈치챈 낌새대로 그런쪽 이야기 였다.

난 드라마 전체는 보지못하고 앞부분 몇장면과 뒷부분만을 봤는데도 퍼뜩 떠오르는것이
"끼라 끼라 히까루..." 라는 제목의 일본영화였다
한 10년전에 일본문화원에서 상영되었던 그영화와 동성애가 낀 삼각관계의 기둥줄거리가 같을뿐 아니라
극의 전개와 결말부분도 상당히 흡사해서 혹시 그영화 리메이크가 아닌가 싶었었다.

그 사실여부야 어찌 되었든,
나는 시시콜콜 사실적이지 않고 몽환적인 그 단막극의 표현양식에 대해선 관심없고
다만 등장하는 세사람중에서,
게이의 역활이 비록 허구인 드라마 속에서라도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살펴보게되었다.

만약 저런상황이 우리의 실제생활에서 일어났다고 가정을 해볼때
그런 세사람이 같이 여행을 떠날수 있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서로의 마음을 살펴주면서
어느정도 보듬어주는 그런 이해와 용인의 수준에 오를수 있는상황이 있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역활을한것이 무었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양성애 성향의 남자는 물론이지만
이성애자인 여자가 게이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전제 되는게 필수적 인데
그것은 평소 보여준 게이의 인간적 태도가 관건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게이역은, 차분하고 치밀하며 따뜻한 여성적인 품성을 보인다.
아무리 딴목적을 가졌다해도, 실제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태도가 저렇게까지 되려면,
그내면에는 인격적으로 만만찮게 축적된 성숙함이 바탕되어 있어야만 가능한일이다.

그 게이는 여성적인면이 도드라지긴하되,
결코 자신의 품위를 해치는 경박한 돌출이나
자신을 내팽게치듯 천박한 끼 같은것을 허용하지 않는, 자존심 강하고 절제된 생활태도를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인격적으로 함부러 무시할수없는 행동이 나올수 있고,
그에따라서 게이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의 거부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으로 자기위치를 존중을 받을수 있는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어젯밤 우연히 본 "완벽한 룸메이트" 라는 드라마는 매우 단순한 구조였지만
그안에 담겨있는 게이 한사람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본인의 본능적 성적취향과 상관없이 게이들에게는
어떤 상황속에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품위와 가치를 저버리지않는 태도가
일반인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고
꼭 지켜져야할 품성의 하나라는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었다.

드라마속에서는 그런점이 전제 되어있었기 때문에
비록 허구일지라도, 게이와 그사랑이 존중받는 인간의 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진것 아닐까.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