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사실 그들의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홍대 앞 인디밴드들이 한창 창궐할 때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 식의 펑크 밴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몇몇 밴드들은 그 입지가 좁아졌더랬다.^^
하지만 이웃사촌이라고 했던가?
내가 사는 곳은 그들의 전용이다시피 했던 ‘드럭’이라는 클럽이 있는 곳에서 아주 가까웠다.
그들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그들과 비슷한 복장(치킨헤드, 피어싱 넓혀서 담배 꽂기 등)을 한 팬들이 골목에 가득가득했고 그들의 연주소리는 집까지 빠방하게 들려오곤 했었다.
한창 직장을 다닐 적에 출근을 하다보면 '드럭'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그 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또 어떤 날은 드럭 앞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는 맴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나하고 두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그들은 늦게 몽창 군대엘 가버렸다.
그래서 그들의 앨범 발표와 공연은 중단되었고 그들의 클럽도 이름이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문득문득 술 한 잔 걸치고 그 클럽 앞을 지날 때, 누군가가 포장마차에서 쇠줄로 된 코디를 한 채 기타를 매고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의 모습과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어서 빨리 무사 제대해서
‘나의 지랄같은 염병할 인생에 / 삼라만상의 꼬이고 또 꼬였던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여름날 / 꽃을 피우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