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 정리를 하면서 낡은 신발들을 버릴까 하다가,
문득 며칠전에 본 지보이스 공연 영상이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읊어봅니다.
그러고보니 신발은 참으로 많은 개인사를 담고 있는듯...
2006년 겨울 제1회 지보이스 공연때 신었던 구두다.(이렇게 발목만 덮는 부츠를 처카부츠라고 한단다).
공연 영상에서 검은 구두 사이로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이던 갈색부츠라니...
심지어 다리도 더 짧아보여. ㅠㅠ
하지만 얘를 신으면 오래된 친구처럼 발이 편했다.
해서 몇달전까지만 해도 출퇴근할때부터 주말 나들이까지 부지런히 같이 다녔다.
스포츠댄스화(라틴댄스용)다.
10년이 넘은 앤데 아직은 쓸만하다. \
댄스스포츠에 심취해 있던 10여년 전 뿐 아니라 퀴어퍼레이드를 위한 라인댄스 안무를 짤 때도,
지보이스 공연 안무를 연습할 때도 한결같이 내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던 아이다.
몇 년 동안 신발장에만 쳐박혀 있어서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뾱뾱이를 넣어 쓰담쓰담 해주고서 다시 신발장으로 들어간다.
언젠가는 다시 신고 말거야!
얘는 2008년산으로 추정되는데 운동화라서인지 같이 태어난 구두보다 훨씬 낡아보인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친구, 스파게티나에게서 깔창과 함께 받은 선물이다.
깔창이 너무 높아 빨리 뛰면 신발이 벗겨질듯 말듯... 운동화에도 깔창을 넣을수 있다는 걸 얘를 통해 알았다.
4회 정기공연때, 2009년 퀴어퍼레이드 축하공연때도 스파게티나랑 같이 무대에 올랐던 아이다.
이제는 아무리 세탁해도 처음 만났을 때같은 눈부신 흰색의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아직 버리진 못할 것 같다.
삼년전까지 특별한 날만 신었던 키높이 구두.
물론 재작년까지 지보이스 정기공연의 정장스테이지에도 함께 했다.
뒷굽이 너무 높아서 신으면 발가락 끝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몸이 앞으로 쏠린다.
멀쩡한 양말 여러 개 집어삼킨 애물단지다.
하지만 키큰 동생들과 같이 무대에 섰을때 그나마 얼굴이 덜가려지게 했던 역할은 인정할수밖에...
두툼한 깔창을 넣어도 벗겨질 염려가 없는 워커부츠다.
동묘앞 벼룩시장에서 한가로이 거닐다가 엄청 싸게 획득한 아이템이다.
공연용 신발이 되긴 너무 투박하고 심지어 내 발보다 한두 사이즈 더 크기 땜에 정교한 스텝을 밟을 때는 둔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난 뒷줄에 서서 발이 잘 안보인다는 핑계로 2011년 지보이스 정기공연 때부터 같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쟤네들이 앞으로 무대에서나 거리에서 뛰어다닐 가능성은 크지 않겠으나.... .
미련스럽지만 일단은 다시 신발장으로...
많은 추억과 노력이 담긴 신발,
그리고 거기에 얽힌 따뜻한 글 잘 봤어 ^_^
우리 코러스보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줘서
애틋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
앞으로도 즐겁게, 열심히 춤추고 활동해주삼~ ^0^/
(그리고 이젠 신발 색깔도 더 다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