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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사람들이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살갑지 않습니다. 특히나 동양 고전이라면 더더욱 낡고 지루하며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고는 하죠. 다행히도, 이번 샘이 나는 세미나를 통해 그러한 생각들이 서양식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사람의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저에게 고전은 너무 어렵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한문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도 다량의 한문이 등장하였고, 이승현 강사님께서 친절하게도 모두 뜻풀이를 해주셨습니다만, 강사님 왈 이번 강의는 '넓고 넓은 고전이라는 바다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바다를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그 바다를 여행하는 방향을 제안하고자 했던 작업'이었으므로, 앞으로 마주칠 넓고 넓은 고전이라는 바다에 소금처럼 녹아 있을 샐 수 없이 많은 한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조금 아득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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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그렇다고 이번 샘이 나는 세미나에 대한 저의 감상이 그저 고전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는 문장으로 일단락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동양 고전에 대한 흥미가 생겼으나 한문을 모르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제 감상을 더 섬세하게 표현한 문장일 것 같습니다. 특히, 우스갯소리로 하셨겠지만 공자가 제자들을 편애하는 이야기는 너무 재밌었어요. 적절히 BL 요소도 있는 거 같고..(....)

 

​ 이번 세미나를 통해 얻게 된 지식으로 허영을 좀 떨어보자면, 여러분 혹시 "기"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드래곤공 일곱 개를 모으는 이야기를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저게 뭔지 사실 저도 잘 모르지만 동양 철학에 따르면 우주의 만물이 '기'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실 정형화 된 규칙이 없어서, 그 흐름에 따라 구성 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해요. 흔히 '기'를 이야기할 때 같이 나오는 말인 '음양오행' 때문에 그런 형태로 정형화된 것처럼 생각할 수는 있으나, 음양오행으로 기를 이야기하는 문헌 어디에서도 그걸 기가 흐르는 데 작용하는 절대적인 규칙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날 때에도 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데, 기의 흐름에는 정형화 된 규칙이 없기 때문에, 기의 흐름에 의해 태어나는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표준이 되는 어떤 모습에서 벗어난 존재가 아닌 거죠. 도를 아냐고 묻는 사람들이 수시로 하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지, '기'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 고전이 이렇게 퀴어하게 읽힐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동양 고전의 기반이 되는 동양 철학은 학자도 많고 학자마다 '기'를 설명하는 방식도 다양하겠지요. 아마 제가 이해한 내용이 강사님께서 전달하고자 하셨던 내용과 다를 수도 있으니, 혹시 저보다 더 이해의 폭이 넓으신 분들은 넓은 아량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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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서양 기반의 사고방식에서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를 몸(물질)과 영혼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감정은 호르몬의 작용이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인가, 아니면 영혼이 몸에서 호르몬을 분비시켜 반응하게 하는 것인가, 이러한 논쟁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결국 물질과 영혼이라는 개념 사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에서 성소수자는 끊임없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본 모습인지 고민합니다.

 

"나는 왜 성소수자인가? 남성형 뇌와 여성형 뇌가 따로 있다고?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이 따로 있다면 남성 영혼과 여성 영혼도 따로 있나? 영혼에 성별이 있다면 몸의 성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성의 몸에 여성의 영혼이 깃들거나 여성의 몸에 남성의 영혼이 깃들면 그건 여성이야 남성이야? 사랑이 영혼의 작용이라면 이성애와 동성애의 차이는 뭔데? 나는 대체 뭐야?"

 

하지만 '기'의 개념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그냥 나입니다. 그저 흐르는 우주의 이치를 따라 어떤 한 부분으로 태어난 존재입니다. 내가 어떤 모습의 몸을 하든, 어떤 생각을 하든, 누구에게 성욕을 느끼든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닙니다. 강사님께서 고전을 번역하고 연구하시면서 지금까지 보아온 성소수자에 대한 묘사 중에서, 신기한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는 있어도 완전히 나쁘다고 하는 말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하셨거든요. 굳이 신은 실수하지 않는다, 신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 이런 믿음이 없어도 동양 고전의 바다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쓰레기 섬처럼 취급받지 않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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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이게 서양식 사고방식의 연장인지는 사실 명확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면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현대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더 많은 명성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해 낸 사람의 명성과 자본이 불어나 사회 전반에서 그들을 칭송하며 이를 본받아 같은 위업을 이루고자 노력하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끝이 없습니다. 더 많은 허영과 허례가 이 사회와 사람들을 계속해서 부추깁니다. 밑이 완전히 빠진 독에 계속해서 더 많은 물을 붓는 꼴입니다. 심지어는 그 끝없는 몸부림까지 찬양합니다. 그럴 때는 조금 소름이 돋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나름 깨달음인 걸까요?

 

​ 사실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옛날 사람들도 필요 이상의 부를 축적하고 전쟁을 밥 먹듯이 하였기에 동양 고전이 담고 있는 '나와 마주하여 나를 다스려 본질을 위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상'을 서양의 사고방식과 대치시키기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매일 매일 피부 관리 및 메이크업에 열을 올리고, 명품도 몇 개는 있어야 하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PT도 하고, 품위에 맞는 비싼 술을 연거푸 마셔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지쳐가는 사람이라면 동양 고전에서 다루는 나의 본질과 마주하는 사상에 대하여 알아가는 것도 좀 더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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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샘이 나는 세미나는 사실 책읽당의 당원이 아닌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한 최초의 샘이 나는 세미나였습니다. 운영진의 미숙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강의를 선사해주신 이승현 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1주차 2주차 강의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의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질 책읽당의 다양한 모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책읽당 모임 참석 문의 : 7942bookpar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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