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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016 지_보이스 공연 <전체관람가>, 그 뒷이야기
2016-10-25 오후 19:48:49

[활동스케치]

2016 지_보이스 정기공연 <전체관람가>,

그 뒷이야기

 

 

선선해지는 날씨, 언제 썸을 탔는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커플들...

네, 그래요, 올해도 어김없이 지보이스의 정기공연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해에는 10월 5일부터 9일 간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변칙판타지>에 출연을 마친 뒤 불과 1주 만에 공연을 올렸는데요! 지보이스가 아무리 일요일에 새벽까지 종태원 뛰는 강철체력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이 정도면 가히 한류스타급 스케줄 아닌가요? (아님 말구요!)

 

이번 정기공연은 모든 차별에서 벗어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취지에서 <전체관람가>라는 제목으로 올라가게 되었는데요! 한층 더 빛나는 노래실력과, 서로의 실수를 감싸주는 휴머니즘, 지보이스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퍼포먼스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번에는 공연을 전후로 지보이스 단원 네 명의 솔직한 마음을 모아봤는데요. 함께 훔쳐볼까요?

 

 

 


10월 13일 (정기공연 D-2)

클라우드 (테너1 파트장)

 

2011년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낮이면 따뜻해서 "오늘은 포차가야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인 2012년 2월 중순 그때 처음 지보이스를 찾아갔다. 늘 술먹고 친한 친구들하고만 놀 줄 알았지 다른 것은 생각도 못했던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주말마다 술 먹는 거 말고 좀 더 다른 것은 없을까?????"

 

 

하던차에!!! G-voice단원을 모집한다는 인터넷 홍보글을 보고, 쑥쓰러움이 많은? 나지만... 용기를 가지고 찾아갔다. 솔직히 첫날은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2012년 뮤직 캠프에 참여해서 파란하늘~♪~♬ 이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 그 인연을 시작으로 벌써 나는 5번째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 년을 지보이스에서 보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보이스가 더욱더 애틋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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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뮤직 캠프를 보내고 나에게 있어서 다섯 번째의 정기공연 “전체관람가”를 준비하는 올해는 유난히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위켄즈를 빼놓을수가 없다. 위켄즈는 내가 지보이스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촬영을 시작 하였던 다큐멘터리다. 지보이스 생활을 하면서 변한 게 있다면, 다큐멘터리 출연동의서에 처음에는 나를 거의 촬영 안 하는 것을 조건으로 서명했지만... 그동안 동의서를 몇 번씩 수정한 결과, 지보이스가 홍콩LGBT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모든 지보이스 단원들을 대신하여 가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 때는 이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켄즈는 지난 몇 년간의 나와 지보이스를 생각나게 했고, 나 또한 많은 눈물과 많은 생각들과 함께 지보이스 단원들이 너무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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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사람들과 포차가고 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 지보이스 정기공연을 앞두고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지보이스, 많은 사건과 웃음이 함께 하였던 지보이스, 나는 앞으로도 지보이스 단원일 것이다.

 

또 많은 추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지보이스 단원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10월 14일 (정기공연 D-1)

노르마 (지휘자)

 

매번 정기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모습으로 공연이 될까...”

물론 나의 이런 예상은 공연 막바지엔 늘 보기 좋게 깨졌기에 올해도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가리라 예상하며 매번 같은 음을 또 틀리고, 또 틀려도, 음정이 비행기 하강하듯 하염없이 떨어져 내릴때에도, 모든 것을 사랑하며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갔다.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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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참..도통 내 예상이 자꾸 들어맞으려 하고 있다..

도무지 계속 제자리에, 제자리, 가끔은 정말 컴퓨터 포맷되듯이 너무 깨끗한 윈도우가 돼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대체 이유가 뭘까..

2013년의 10주년 기념 공연 때 선보였던 그 망극한 16성부(기존 4개의 파트에서 16개의 파트로 나눠지는 곡) 를 자랑했던 게이데이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물론 게이데이가 위켄즈 메들리에 짤막히 들어있지만..설마 그것 때문에 그럴까..)

 

물론 예년에 비해 신입 단원이 많아진 경우도 한몫하는 듯..

신입 단원을 미워하는게 아니라, 1년여를 걸쳐 각 파트에 맞게 힘들게 겨우 다듬어 놓으면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기존 단원이 너무 많이 나가버렸다. 특히 제 1 테너는 전멸수준으로 폭삭 주저앉아버렸고..급기야 제 2 테너와의 통폐합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새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새 인재영입의 성공여부는 관객들이 판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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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파트 조정을 마친 후에도 연습상황은 계속 도통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와중에 국극 시즌이 개막되었다.

지보이스의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단원들 대부분이 투입된 이 국극은 나로서는 참 감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11시부터 실시하는 국극연습으로 인해 지보이스 체력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어진 안무 연습으로 인해 바닥을 보인 체력은 신입 지보이스 단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며 산만한 집중력을 보이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장시간의 노래 연습을 다시 이끌어 간다는게 정말 고역이었다. 틀린 음을 혹은 음정을 지적하려 할 때 조차 그 지쳐있는 표정을 대하고 있자니 나는 쉽게 지적을 할 수 없어 그냥 물 흘러가듯 넘어가기도 일쑤였다. (물론 두 개의 공연을 함께 준비하며 이끌어가야 하는 단원들의 고충이야 이루 말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힘든 와중에 국극은 성황리에 개막되었고, 마무리도 잘 되었다고 들었다. (개인 스케줄로 인하여 2회 밖에 참석치 못했으니...)

 

국극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시작한 지보이스 최종 리허설은 결국 어수선하게 끝났고, 난 이번에는 내 예상이 맞겠구나 싶어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연습을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내일이다.

믿을 데라곤 진정 기적 밖에 없는 건가.

우리 스스로가 합창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역할을 늘 해왔었지만... 이번엔 농부의 역할을 할 수 없을 듯 하여 걱정이 태산이다.

 

제발 내일 아무 사고 없이 잘 마쳐주길 바라며...

 

 


10월 15일 (정기공연 D-Day)

광훈 (베이스 단원)

 

“ 만날 술 마시고, 너 같으면 기분이 좋아? 주말에 같이도 못 있잖아!”

“ 공연 때 내가 지보이스 사람들 볼 거야! 얼마나 내가.. 어휴..”

이 말을 공연하기 직전까지 나에게 말했던, 1년 넘게 사귄 애인이다.

 

지보이스.. 2016년 내 삶에 있어 특별한 일을 찾았다.

바로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 사이의 합창단, 지보이스 공연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아니 군 입대 전부터 친구사이와 지보이스를 알고 있었다.

입대 후 대전에 살던 나는, 이제 게이로서 살아보자! 하고는 이태원과 종로를 오기 위해 서울로 여행을 왔고, 잠시 잠깐 이였지만 친구 사이 사무실에 롤 케이크와 장미 한 송이를 두고 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했다. 게이를 위한 곳이 있다는 것에.

 

 

 

 

 

 

“올해가 아니면 안 돼!"

이렇게 생각만, 상상만 했던 것도 2 년째였다. 더는 미루면 안 된다.

성내고 있는 애인에게 달래며 이야기했다.

“요번 공연 꼭 와야 해!”

게이 커뮤니티 활동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애인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그간 우리의 연애는 어려웠다. 애인은 은둔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주변에 같은 게이 친구조차 없이 방황하며 살던 사람이다.

연습하는 동안 몇 번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고, 지보이스 형들에게 눈물을 보였었다.

가슴속 어두운 면이 드러나올 때 지보이스 녹음 파일을 들었고 술자리에서 연습 도중 형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줬었다. 그렇기에 요번 공연에 꼭 애인을 불러야 했다.

 

정기 공연 당일 애인에게 말은 했지만, 온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가 왔을까? 난 무대에 올랐고 그를 찾았다. 객석 중앙! 불편해 보이는 그의 표정..

공연 중간중간 힐끔 곁눈질로 그를 보았고, 어느덧 위켄즈 메들리라는 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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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서만큼은 나 주인공 되어’ 북아현동 노래의 구절이 나왔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과거에 느꼈던 외로움과 끝없는 고민 그리고 그 아픔과 방황을 알기에 그가 생각이 났고 눈이 마주쳤다. 그와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새 공연은 끝이 났고, 그에게 달려갔다. “어땠어?” “좋았어! 광훈이 멋졌어! 지보이스 멋지더라!” 붉은 눈시울과 함께 미소를 보이는 그였다.

아마 눈물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함께의 가치! 공연을 준비하며 지보이스에게 배운 것 같다.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하여.

그동안 수고 많았던 지보이스와 친구사이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며 느끼고 싶다!

 

 


10월 16일 (정기공연 D+1)

현동 (반주자)

 

 

2년만에 돌아온 반주자 현동(?)입니다.

 

정기공연까지 어떻게 달려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사실...무지 힘들었던 기억 정도...? ㅋㅋㅋ

그래도 확실히 올해는 단원들과 많이 친해져서 그런지 단원 여러분들을 통해 힘도 많이 얻고 위로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퇴근 빨리 하고 싶어하는 투덜이 반주자 모드는 계속 되겠지만 ㅋㅋㅋㅋ 그래도 지보이스가 참 좋아요....ㅋㅋㅋ

 

그리고 지휘자는 날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 모르겠네...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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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는 앞으로 한 달 간의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의 홍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일 예정인데요. 올 한해동안 지보이스에 보내주신 애정과 후원에 감사드리며, 노래 실력도, 활동 범위도 점점 늘어나는 친구사이 소모임, 노래하는 지보이스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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