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여기다 글 써보네요;
'즐겁고 유쾌하게'라고 되있어서, 어두침침하다못해 죽죽 늘어지는 글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여기 가입은 4월달쯤에 게이컬쳐스쿨 참여하느라 했었는데, 저는 주로 학교 모임에 나가고 있는 터라 자주 들러보지는 못했네요^^;
전 작년말에야 저를 인정하기로 했었어요.
그 전엔 마냥 두렵기만 했는데, 학교 모임에 가입해서 이래저래 사람들을 알게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인정하면 뭐 어때, 난 네살때부터 게이인줄 알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야, 하구. 퀴어무비컬쳐스쿨때만 해도 '이런데 남자 혼자 가면 게이인거 티날텐데;'하고 덜덜거리면서 갔었는데, 6월달에 프라이드 퍼레이드 참가하고 하면서, 점점 용기가 생겼어요.
그러던 와중에.
지난 일요일에 명동에서 영원한 여름을 보고, 기분좋게 청계천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문자가 오더라구요. 가세가 지빈하여(...) 근 2년째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생활리듬이 안 맞으니까, 취침시간을 맞춰주지 않을거면 나보고 다른 방으로 옮겨달래요.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지금껏 내가 그쪽보다 더 일찍 잔 적이 많고, 처음 방 옮겼을때도 자기는 신경이 둔해서 자기가 잘 때 뭘 하던 상관없다고 얘기했던데다가, 결정적인 건 걔 생활습관이야 말로 막장이거든요-_-;
9월부터는 아는 형이랑 함께 방을 쓰기로 했던터라, 그때까지만 조용히 지나가면 좀 편안해질거라 생각하고 잘 지내보려고 정말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 쉑히도 전에 그랬거든요. 참 친절하다고, 2학기때 자기랑 계속 방 쓰면 어떻겠냐고. 그런데 갑자기 이런식으로 나오는 이유가 뭔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알아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거 외에는 아무래도 모르겠더라구요. 일체 대화조차 거부할 만한 이유로는.
생활리듬은 아무래도 핑계인거 같고... 그게 방을 나가달라고 할 만한 이유는 되지 않는것 같거든요. 정 안 맞으면 나한테 고쳐달라고 얘기하면 못 알아먹을 사람도 아니고.
지난 경력이 있어서 이번엔 정말 조심했는데... 어디서 꼬리가 밟혔나.
얘가 뭣땜에 이러나 싶어서 좋게좋게 얘기했어요. 나갈때 나가더라도 오해가 있으면 풀자고.
그리고 이런 사유로 방을 변경하려면 사감하고 상담을 해야되는데, 그러면 또 서로 상대방 사생활 남한테 늘어놔야될거고 그러면 제 살 파먹기 아니냐, 일단 나랑 얘기하자. 정 나랑 얘기하기 싫으면 네가 기숙사랑 얘기를 해봐라.
그랬더니 딱 이래요. 지금 그러니까 나보고 나가란 소리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겠다는 심사냐고.
나한테 돈 빌려가고 담배 얻어가고(내가 잘 피지는 않아요) 할때는 싱글벙글 하면서 고맙다, 넌 참 좋은 친구다를 연발하더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초에다가 페미니스트혐오, 빨갱이혐오, 지역감정등등 '아 우리학교에 이런 애도 있구나'싶기는 했지만 심성은 나쁘지 않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는 누나 말대로 마초가 착할리가 없나봐요.
웃긴건, 나도 정말 할 말 많았거든요.
근데, 한 마디도 뭐라고 욕해주지를 못했어요. 겁이 나서.
얘가 나한테 앙심품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막 겁이 나더라구요. 고작 한다는게 '내가 너한테 참 우습고 만만해 보여서 그랬나 본데, 사람 그렇게 대하는 거 아니다.' 한 마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어요.
내가 잘못한 거 없는데. 난 정말 잘 지내려고 노력했는데. 근데 내가 왜 꼬리내리고 죄라도 지은양 나와야했을까요.
확실한 것도 아니면서, 고작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봐, 그게 무슨 잘못도 아닌데, 그게 겁나서 아무말도 못했어요.
아 정말, 그 생각만 하면 너무 바보같아서 미칠거 같아요.
성폭행 피해여성이 어떤 기분인지 알 거 같아요.
자긴 잘못한게 없는데, 자기만 켕기고 죄지은것같은 그런 느낌.
그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이 자기를 손가락질 하고, 뒤에서 수근댈거란 사실에 대한 두려움.
설령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도, 직접 접하면 바뀔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노력하면. 내가 호의를 베풀면.
내가 멍청했죠.
아무리 노력해도 고작 그 이유만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간과하다니.
이제 겨우 날 좀 좋아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퍼레이드 날 좋아라하며 썼던 일기가 너무 무색하네요.
자신이 없어져요. 내가 참 싫네요.
처음 와서 쓴다는게 다크포스가 풀풀 풍기는 이야기라 죄송합니다;
말씀대로 그 친구가 마초에 페미니스트혐오에 매카시즘경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자기 자식이 이반으로 태어나도 인정하기 힘들 것입니다.아마도 죽었다 깨어나야 사람이 좀 바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