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 주 의회 임시 하원의장이었던 대니 캐럴(공화당)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로 낙마했다. ‘떠오르는 스타 정치인’으로 각광받던 그로선 쓰디쓴 패배였다.
그는 최근 상대 후보가 공개한 선거자금 목록을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 후보의 기부금 모금 목록에는 대개 25∼50달러짜리 아이오와 주민들의 기부금과 함께 아이오와 주 바깥에서 보내진 1000달러씩의 기부금이 수두룩했던 것.
캐럴 전 의원은 동성애 결혼 금지 주민투표를 주도한 반(反)동성애 정치인. 그는 동성애자 인권을 옹호하는 백만장자 그룹의 ‘표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월간 애틀랜틱 3월호는 이처럼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수 정치인(주로 공화당)의 낙선운동을 주도하며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백만장자 게이 사업가 팀 질(54·사진) 씨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쿼크 사를 창립해 자수성가한 인물로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 명단에도 올랐다. 그는 1992년부터 뜻을 같이 하는 게이 부자들을 모아 ‘게이와 레즈비언 기금’을 설립했고 2000년부터는 쿼크 사의 지분을 팔아 아예 전업 활동가로 나섰다.
처음엔 도서관이나 교향악단 등 문화단체에 기부하며 사회 저변의 분위기 조성을 시도했으나 무엇보다 정치권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 기부금을 계속 늘려갔다. 지난해는 정치 기부금으로 1500만 달러나 썼다.
그의 전략도 바뀌었다. 유력 대통령후보를 지원하는 ‘전국적 스타 키우기’에서 주 의회에서 ‘동성애 친화적 정치 환경 만들기’로 전환했다. 특히 근소한 접전을 치르는 후보를 타깃으로 정해 상대 후보를 은밀하게 집중 지원해 낙선을 유도했다.
성과는 대단했다. 지난해 중간선거 결과 그가 타깃으로 삼았던 주 의회 후보 70명 중 50명이 낙선했고, 4개 주(아이오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워싱턴) 의회의 다수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다른 동성애 인권단체는 그가 대통령 후보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수정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는 “나는 엔지니어로서 실험을 좋아한다. 지금의 실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한다”며 기존 전략을 유지한다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