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내 왼손은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 혼자 있을 땐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땐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사람들의 내 왼손을 보고서 놀릴까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서 끝나지 않았다.
생김새가 이상한 내 왼손을 발견한 아이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거나 웃어댔다.
그로인해 생긴 마음의 고통은 왼손을 타인에게 감춰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되었다.
나의 왼손은 오른손과 다르다.
손은 작고 손가락은 짧은데다 휘어진 것도 있어서 오른손에 비해 볼품이 없다.
힘도 약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나를 놀리는 것이 정당하지는 않다.
난 놀림을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잘 놀린다.
물론 그것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허나, 나의 왼손이 오른손과 같았다면
나는 지금 보다도 훨씬 더 타인에 대해 놀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나를 반성하게 만들고 타인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와 고민을 갖게 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왼손 덕분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