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발라드를 듣는다.
촌스러운 가사는 촘촘히 내 마음을 옭아 매더니만, 금새 센티멘탈해지는 것은 가을이라 그런가.
오랫만에 느껴보는 헛헛함.
일 이외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요즘.
감성과 이성이 메말라 갔던 여름이 지나고 나니 금새 축축해지는 느낌.
늘어난 뱃살과 볼살을 거울을 통해 보고 있자니,
그 살들에 각인되었던, 게으름의 시간들이 꽃처럼 피어나더이다.
사랑 밖에 난 몰라를 외쳐 되던 환타스틱소년은 이제 나이라는 굴레 속에
미아가 되어 버렸고, 정치적인 화두도, 삶에 대한 열정도, 사랑에 대한 환상도 모두
무관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듯 하다.
게이빠에서 뜨겁게 오가던 사람들의 눈빛도 전혀 두근거리지 않고,
쿵쾅거리며 가슴깊이 울렁이던, 클럽의 절절했던 환희도 단순히 어지럼증이 되어 버리는
불감증에 빠져 버린 지금, 내가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건 오직 추억.
밤을 지새며 나누던 이야기들과 음주가무의 향연.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이자 삶의 목적 혹은 의지였던 그 시절은
열정이라는 단어로 내뱉기엔 너무도 커다란 것들이었고,
사랑 고백 뒤 비를 맞으며 쭈그려 앉아 핸드폰을 부여잡고 답변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 처량맞음과 질투가 연애의 적이라는 것도 모른 채
상대를 닥달하며 눈물을 쏟아내던 철부지 같던 그 시절의 풋풋함은
가슴에 담아두기엔 너무 벅찬 것들이다.
손목에 차여진 새 시계는 눈치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고장나서 버려진 시계는 책상 서랍 속에 처박혀 아무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꺼내서 고치기엔 내 스스로가 너무 방치한 탓에 엄두가 나지 않고,
그 시계가 다시 고쳐질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기에 또 다시 깊숙한 곳에 쳐박아 둔다.
오랫만에 발라드를 듣는다.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 둘 피어난다. 핸드폰을 집어 들어 문자라도 보낼까 생각하지만
전화번호는 이미 삭제된 상태.
오랫만에 느껴보는 헛헛함.
한숨이 가을 바람을 타고 밤거리를 배회한다.
친구사이에 문은 활짝 열렵있답니다.. 단 제가 술은 먹음 담날은 좀 늦게 열어요 ㅋ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