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mersturm, Marco Kreuzpaintner, 독일, 2004
여름 폭풍처럼 혼란스럽고 광포한 소년의 섹슈얼리티.
아마도 imdb.com이 현존하는 사이트 중 전세계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많이 축적한 듯싶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 사이트의 별점에 관해 70% 이상의 신뢰도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이트의 별점 밸류를 보고 있자면 억울한 장르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호러. 호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항상적인 저평가가 그 이유일 듯싶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바로 퀴어 영화입니다. 과도하게 별점이 높을 때가 많아요. 아마도 게이-레즈비언 관객들이 떼거지로 별점을 부착한 탓이겠죠.
이 영화도 비정상적으로 별점이 높은 케이스입니다. 왠만하면 시트콤 같은 퀴어영화들은 이제 잘 안 보는데, 우연히 별점을 봤다가, 맙소사 imdb.com에서 보기 드문 별 아홉 개 문양을 부착하고 있길래, 대단한 영화인 것 같아 힘들게 구해서 봤지요.
많이 하향조정될 필요가 있어요. 다섯 개, 혹은 여섯 개. -.- 이것도 꽤 높은 점수. 의도적인 설정들과 다듬어지지 않은 씬 구성은 사실 조잡한 구석이 있어요.
소년의 혼란스러운 성 정체성에 관한 독일 영화입니다. 어느 고등학교의 보트 경주팀이 야외로 연습을 떠나게 되죠. 우리의 주인공인 토비와 아킴도 이 팀에 속해 있어요. 그런데 토비는 아킴을 남몰래 좋아하지요. 하지만 아직 그는 성 정체성에 대해 알지 못해요.
야외 훈련장에 도착해서 캠프를 꾸릴 때 옆에 이미 다른 캠프가 꾸려져 있습니다. 알고 보니 고등학생 게이들로 구성된 보트 팀이에요. 난리 법석이 일어나죠. 토비는 아킴과 아킴의 여자친구를 계속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고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토비는 게이 보트 팀에 있는 어느 친구와 섹스를 하게 돼요. 무척 혼란스러워 하지요.
그리고 여름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모든 사건이 응결되고 폭발하게 됩니다. 토비는 아킴과 아킴의 여자 친구가 숲속에서 처음으로 섹스하는 장면을 보며 혼자 흐느끼게 돼요. 그리곤 토비와 심하게 다투게 되죠. 왕따 당하는 토비. 하지만 토비는 자신이 끝까지 게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마침내 보트 경주가 열려지게 됩니다. 팻샵보이즈의 'go west'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게이 팀이 일등으로 들어오게 되고, 토비는 아킴과 화해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끝을 맺게 되지요.
토비는 게이일까요? 영화는 답을 내리지 않아요. 토비는 아임 낫 게이, 라고 말하지만 관객은 토비가 게이일 거라고 추측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소년기의 몰아치는 성 정체성의 혼란을 '내버려 둬'라고 말하는데 있습니다. 결국 답은 토비의 몫일 뿐이지요.
아무튼, 우리 꽃돌이들이 물 속으로 다이빙하며 웃고 떠드는 장면은 아주 그냥, 새끈하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 Robert Stadlober는 양가적 감정 표현을 잘 해낸 듯 싶어요.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수상했더군요.
2005-07-06
1. 주연이 라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