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을 하루이틀하는 것도 아니지만 체력이 바닥났어요.
밤을 꼴딱~세워 일을하고 아침에 퇴근하면 피곤에 절어서 씻지도 못하고
널부러져서 잠들고 꿈도 못꾸고 죽은듯 자거든요.
벌써 공장다닌 세월이 3년하고도 4개월...
뼈들은 삐그덕거리고 평발인 발은 방바닥과 더 농후한 딥키스를 퍼붙구요.ㅎㅎㅎ
하마같은 거구를 이끌고 미친개처럼 일하려니 몸살이 나는건 다반사이구요.
어깨엔 새끼곰 세마리는 앉아있듯 무겁고
새벽녁이면 속이 쓰라려서 신물이 다 올라오네요.
돈을 벌기위해 일을한다고 위안을 삼으면 그만이지만...
제가 하고자했던 일을 뒷전에 두고 미련한 소같이 일을 하자니...
한때 저는 그림을 사랑했었습니다.
한국화,수채화,정물화,만화에 이르기까지...
고등학교때는 한국화에서 만화로 급회전을 감행하여
비록 지방에서이긴 하지만 대상도 탔었죠.
그 이력으로 미대에 원서를 써서 붙었습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안좋았죠.
결국 부모님이 가슴 아파하실까봐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원서를 찢어버리고 취직을 했죠.
이젠 돈을 벌어서 갖고 싶었던 화구도 다 구입했어요.
다시 만화에서 유화로 급회전을 해볼까싶어 미술학원에 갖더니...
어이없게 주.야간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젠장헐...유화가 무슨 자격증시험도 아니고 독학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마도 유화라는 분야는 제 섞어빠진 그림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르가 될지도...
한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를 다녀볼까 생각했었는데
고정된 수입을 포기하고 미술공부를 할 정도로 학구열이 불타오르지도 않구요.
이젠 붓을 잡을 수 없습니다.
4년이나 손을 놔버린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 설혹...제 손까락이 기억을 못하면 어쩌죠.
손까락이 썩고 굳어서 내 마음대로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꼴까닥 단명버릴지도..ㅎㅎ
돈이란 개쉐리~와 너무 친숙해져서 그림이란 놈과 너무 멀어졌네요.
돈...개만도 못한 자슥...
사랑했었습니다.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인 제 정체성보다
핏 빛으로만 기억되는 그 사람보다 더...그리워하고 사랑했습니다.
지금 제게 그림의 의미는
"넘을 수없는 벽에 부딧혀 무너지는 벽에 깔려 죽어버릴 것같은 두려움"일뿐이죠.
오늘도 꿈도없는 잠을자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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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놈과 또 한걸음씩 멀어져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