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군의 쪽글을 읽고 간만에 이반시티 들어갔다가 약간의 충격. 군가를 틀어놓고 군화끈을 조이며, 여성들에게도 군대를! 게이들에게도 군대를! 모두에게 평등을! 국가의 의무를 지지 않으려면 한국을 떠나라!
요렇고롬 외치는 분들이 꽤, 아니 상당히 많더군요. 어쩌다 이렇게들 마초가 되었을까요? 어쩌다 이렇게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었을까요? 한국 군대는 군 형법으로 동성애자를 변태로 규정하고 있죠. 헌데도 군대에 조~올라 가자고 졸라대는 저 분덜의 의식의 균열은 상당히 큰 걸로 보입니다. 군대 가는 것을 무슨 큰 벼슬인 양, '고추 달린 직립 동물의 용기'인 양 번역하는 이 분덜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군대를 찬양하기 앞서 동성애자를 변태로 규정하고 있는 군 형법 제92부터 먼저 파기하는 데 앞장 서시기 바랍니다. 오, 국방부여 그럴 용기를 주소서.
게다가 한국의 보수적인 분들은 동성애를 두고 서양물로 치부하며 웬만하면 동성애자들에게 한국을 떠나라고들 하던데, 군가를 틀어대며 국가애에 빠져 버린 그 분덜은 왜 아직도 떠나지 않는 걸까요? 왜 어른들의 말을 안 들어요, 말을. 아직도 국가애가 부족한 건가요? 거기다가 왜 군대를 가지 않는 게이들에게 한국을 떠나라고 윽박지르는 걸까요? 왜 이런 짬뽕 국물보다 더 복잡하게 꼬인 정신병을 앓게 되었을까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를 향해 애타게 짝사랑을 부르짖는 저치들의 삶의 열망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걸까요?
혹시 동성애와 국가애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분덜의 강렬한 밀리터리 페티시즘은 워낙히 강고해서 자신들이 지금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심히 심각한 수준이에요.
왜 강고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혹은 군사주의가 여성을 비롯한 성 소수자들의 삶을 주변화하는지, 왜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고추를 달고 나오면 내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총을 들어야 하는 의무를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떤 성찰도 갖지 못하고 있는 게죠.
평화를 목청 높여 외쳐도 모자랄 판에, 왠 총 타령입니까들 그려. 총구에 대한 오럴 섹스 열망은 대략 이해하겠지만, 다른 이의 양심적 선택과 자유 의지를 가타부타 '의무'의 족새로 채우는 건 '폭력'입니다.
폭력을 옹호하는 말도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폭력입죠. 폭력에 기생하는 노예 의식은 그 노예성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폭력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거, 친구사이에서 챠밍스쿨이라도 대대적으로 열어야겠어요. 어쩌다 이렇게들 마초화되었는지, 원.
친구사이 회원들을 비롯, 이 홈페이지에 드나드는 분들도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어떤 이야기들을 안팎으로 나누어야 할지.
군대문제는 정말이지 한국 남성들의 생각과 행동들을 붙잡아 두는 끈질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