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가 우연히 주운 팔팔 디럭스를 피워 문 게 고 1 때였으니
그 동안 담배를 핀 기간이 대충 십 몇 년은 된 듯 싶다.
재수할 때와 군 제대 후, 그리고 직장 생활 초입 때가 가장 절정기로
그 때에는 하루에 한 갑 이상을 피워댔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걸리지 않게 몰래 피워대느라 화장실 등을 전전하며 무진 애썼지만
결국 결려 된통 맞았던 기억도 나고,
군 시절에는 훈련 도중 담배가 똑 떨어져 꽁초를 이잡듯이 찾아대던 기억,
그리고 편의점이 없고 담배 자판기가 있던 시절 새벽에 담배를 뽑으러 갔다가
불량배 치들에게 걸려 삥 뜯겼던 기억 등등.
정말 이 친구와는 좋은 그리고 좋지 않은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아, 대학 시절 한 여자 동기가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나를 보며
“야 넌, 세상이 재떨이로 보이냐?”고 물어봐 당황했던 기억도 속속 난다.
이만한 친구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나 괴롭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위안이 돼 주곤 했다.
어떤 좋지 않은 일이건 이 친구와 대별하며 잠시 시간을 갖고 있노라면
얼마간은 몽롱한 채로 견딜 수 있게 되곤 했었다.
이런 십 년지기 고마운 친구와 이별을 고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이쯤에서 헤어지고 싶었다.
간혹 밤이면 집 앞까지 다가와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나도 술 취한 밤이면 그 친구를 눈앞에 두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기대하며 이 친구와는 정말 인사를 나누고 싶다.
p.s. 그 새 새로운 친구가 생기긴 했다. 뱃 살 등을 비롯한 살들..
담배 끊은 후 한 4킬로그램 정도 찐 것 같다.
이 친구와도 빨리 친해져야 할 텐데^^
한참 일하다가 갑자기 내 머리 속으로 파고 드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지나가는 남자들의 등뒤 혹은 가슴 앞에서 무너지는 내 괴로운 심정을 다독거리기 위해 다시 담배를 찾아내고 말았다.
누가 말 못할 고민 앞에서 담배 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고 하더니.. 일반속에 숨어 이내 못난 맘을 토로하지 못하는 걸 담배로 해결하고 있었으니 어찌 끊을 수 있었을 꼬...
가을이 가면.. 이 가을만 가면.. 나도 다시 이별을 고할 생각이다.
가을은.. 참... 고독한 계절인가 보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