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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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un 2004-09-19 00:20:58
+5 787
고민이 하나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을 가져왔습니다.
당당하게 살고 싶었고 강인하게 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단계적으로 커밍아웃을 밟아 나갔고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과 선후배들, 극소수의 교수님들에게까지
커밍아웃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수업 시간에도 동성애에 대해 개별적인 발표를 했고
학교 안에서 동성애자 인권 관련 대자보를 직접 붙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저는 이상한 변화를 느꼈습니다.
제 과민반응일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밀폐된 장소에서 밥을 먹거나 앉아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며 무엇인가 소곤거리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전 처음에는 제 예민한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별로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타인들의 반응이 좀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어제는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반복해서 네 명의 남자들이 저를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무엇인가 얘기를 했고
그러면서도 간헐적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제게 테러를 가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하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있지는 않지만,
전 학교에서 불편함을 느낍니다.
책임지지 못한 행동을 마구 한 것일까요?
하여튼 답답한 마음에서 글을 띄웁니다.


라이카 2004-09-19 오전 03:29

우선 힘내십시요.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커밍아웃을 한다 하더라도 도처에 널려있는 호모포비아들의 원치 않는 시선들을 대하고 나면 당황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힘드시더라도 동성애자인 것을 주위에 당당하게 밝히셨다면 그런 되먹지 못한 시선들은 과감하게 무시하시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그치들의 방법이 시선을 넘어 다른 물리적인 형태를 띤다면 그럴 때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겠지요.
요즘은 학교마다 동성애자 모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모임에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 관련 대자보 같은 것을 부착할 때에는 그 모임 사람들과 의논해서 원하지 않는 아웃팅이 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지요.
모쪼록 힘 내시고 이 후에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만 혹시 다른 고민이 생기시거나 의논할 일이 있으실 때에는 언제든지 친구사이로 전화주시거나 글 남겨 주십시요.

black sun 2004-09-19 오전 04:14

저는 학교 동성애자모임 소속입니다. 제가 어쩌다 보니 짱 비슷한 게 되어서 대자보를 붙였죠. 그 동안 커밍아웃한 오픈리 게이(레즈) 선배 중에서 그런 비슷한 경우를 당하는 것을 와왕 본 적이 있었는데, 막상 제게도 그런 비슷한 일이 생기니 제가 너무 만만히 본 것 같기도 하고, 더불어 더욱 강인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네들의 불온한 상상력까지 제가 막을 수도 없거니와, 어느 정도 그런 피해는 지금 수준에서 보자면 당연하니까요. 아무쪼록 좋은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아류 2004-09-19 오전 05:48

음...저는 회사에서도 커밍아웃을 했는데 글쎄 사람들이 일부러 제 앞에서는 오히려
더 조심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같은 팀원들이야 워낙 친하니까 아줌마스러운 농담도 가능할 정도고요.
누군가 째려보면 저는 같이 째려봐 주는데요. ㅡ.ㅡ+
기왕 커밍아웃하셨으면 더 거침없이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조금은 겁이 나더라도
후회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군 2004-09-19 오후 22:12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지지 않을수는 없겠지만
black sun 님이 선택하신 커밍아웃인 만큼 그런 시선들은
무시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한 시선 과 관심들에 힘들어 하고 위축 된다면
black sun 님 만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그들 앞에 당당하게 자신감있게 나서신다면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그들은 black sun 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black sun 님을 생각하지 않을것이며
의식을 한다 하더라도 잠깐의 생각에 그치지 않을까 싶구요.


주위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더라도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별로 관심 갖고 싶지 않다는 얘기들을 하더라구요.

자신이 선택한 신념의 힘을 믿으시며
생활하시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구요~ 힘내세요.

모던보이 2004-09-21 오후 21:27

저도 그런 시선들과 종종 맞닥뜨려지곤 합니다. 예전에는 다소 껄끄럽긴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 시선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지요. 한편으로 보면 그런 시선들과 속닥거림이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여전히 부정하는 것에서 만들어진 환각, 환청일지도 모르겠거니와 만일 그것이 정말로 실재해서 그냥 '피한다면', 그들의 속담거림에 동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하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저도 그들, 그리고 그들의 호모포비아을 향해 속닥거립니다. 흐...(x19)

기운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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