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이맘때쯤의 저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40대 후반의 가정있고 자식과 부인이있고 같은 직장을 다니던
유부남을 만났었습니다
그 사람은 L 모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
저는 그저 단순한 사무직인 총무
그 사람이 매일 마감시간이면
제게 서류를 넘겨줄 때마다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서류가 그 사람의 마음인 듯 넙쭉넙쭉 받아 들였으니까요
서류더미 너머로 싱긋 웃음을 주고 받고
서류한 귀퉁이에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 주고받고
그는 직선적이고 표현이 바른 사람이었지만
반면 매사에 겁이 많았던 저는 남들이 의심할까
회사에선 그가 주는 커피한잔 받아 마실 여유가 없었죠
남녀사이라면 쉽게 의심을 샀겠지만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는 동성간인데도 말이죠
나빴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시작했었어요
그 사람의 매력이 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죠
사무적으로 보였지만 젠틀하게 쓸어넘긴 머리카락
넥타이없이 자주입던 파란 반팔 셔츠
핏기없는 입술이었지만 희미하게 보이던 입술의 점
매말라 보였지만 가득차서 따스했던 두눈
여름엔 더 눈분셨던 검은 피부
중년임이 분명했지만 나이트에 가면
자연스레 음악에 몸을 싣을 줄 아는 센스
세상의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겠지만
저는 이미 세상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유부남을 사랑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결국 서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 세우지 않고 끝냈으니까요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한번도 조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조른다고 들어 줄 사람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이성적인척 하며 새벽 3시면
나를 버려두고 아내에게로 가버리는 그...
안되는 줄 알면서도 너무나 원했습니다
아침에 함께 눈뜨게 될 사람이 아내가 아닌 저이길...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했고
어쩌면 아내와 내 나이 또래의 자식
같은 직장에서 남들과는 다른 웃음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더 매력있다고 생각한건지도 모르지만
사랑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2개월간의 짧은 만남이었고
쉽게 만나고 어렵게 헤어졌지만
내 하나의 경험이라고 미뤄두려고 합니다
모든게 제 애욕일테죠...
수초가 된 기분입니다
아무생각없이 물이 흘러 가는데로 쓸려가고
수 없이 일렁이고 뽀글뽀글 소리만 내며 물과 동조되어 흐르는 수초
자꾸만 밑으로 꺼져가는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요
물이던 그가 없는 제 생활은
서서히 말라가는 수초일뿐입니다
"제발... 끝이라고 말하지 마요"
그는 기억할까요
마지막 그 순간에 절규하듯
마지막 이 말 한마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