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양지 바른곳에 진달래가 핀것을 어제야 발견했다
어느새 봄인가 싶더니만
느닷없이 쳐들어오는 사람의감정처럼, 여기저기 나무에 물이오르고
벗나무 가지끝에 뭉툭하게 꽃망울이 맺히는것을 보니 벌써 마음이 화~~해진다.
새로이 오는것이 있으면 오래 묵고묵어 사라지는것도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수색 장흥 송추등 외곽을 거쳐 의정부로 향하던 교외선이 사라진다고 한다
요즘은 완행열차의 소용도가 별볼일 없지만
교외선은 그주변 사람들의 중요한 교통수단 이었고
또한 서울사람들에겐 낭만을 포함한 가벼운 나들이에 큰 역활을 담당했었다.
나도 국민학교라 명칭을쓰던 시절에 룩색을 메고 송추로 소풍 갔던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희미하지만
송추역에 내려 걸어가면서 보았던 계곡의 커다란 포풀라 나무와 초가집 한채는
건조하게 서울에서만 살던 꼬마에겐 인상적인 풍경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십년전만해도 장흥은 한적하면서도 몇몇 눈밝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미술관이며 자그마한 카페를 차려놓고, 감각있는이들이 도심에서떨어진 해방감과 낭만을 맛볼수있게 하던곳이었다.
그이후론 유원지 분위기가 가미되어 달라졌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가볍게 옛기분을 느껴볼만한 교외선이었는데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협괴열차였던 수인선이 사라진데 이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열차를 이용한 교통수단은 누적된 적자를 못이기고
이제 옛추억속으로 사라지려한다.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도 늘 곁에 있던것이 어느날 사라졌을때 느끼는 허전함처럼
웬지 섭섭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교외선이 한달이내에 사라진다고 하니
일부러라도 소박한 교외선을 타고 장흥에 내려 차한잔이라도 마시고 와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옛날 소풍가던것 처럼 기차가 터널에 들어갈때마다 어둠속에서
옆자리의 아무나 손이 닫는대로 마구 때리는 장난으로 깔깔대던 개구쟁이 시절을 떠올리며
꽃피는 나른한 봄날엔 교외선을 한번 타 보아야겠다.
이용객들이 그 만큼 없어졌다는 얘긴가요?
봄밤, 술과 객기와 고민들이 낭자했던 엠티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