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벽 다섯 시 반입니다. 일곱 시에 탑골공원에 스텝, 배우들을 태운 관광차가 출발합니다. 보길도에 당도하기 위해서 부지런을 떨어야겠군요. 하긴 잠자면 못 일어날까봐, 아예 잠 자는 걸 포기하고 이리저리 부족한 시나리오 보느라 새벽을 하얗게 까먹었네요. 해남에 갈 때까정 들입다 모자 뒤집어쓰고 자야겠어요.
어제도 '빵구'가 몇 개 나서 오늘 새벽까지 생난리 블루스를 추었다지요. 어제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께 전화로 일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물었지요.
"동백꽃 많이 졌나요?"
"많이 졌어요. 어제 그제 비가 많이 와서요. 그래도 지금 피어 있어요. 4월까지는..."
"아, 네 빨리 가서 찍어야겠네요."
보길도에는 동촌다려, 라는 유명한 찻집이 하나 있습니다. 강 모 시인이 운영하는 찻집인데,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더군요. 아는 분 소개로 그 집을 예약하게 되었는데, 그분, 예전에 사노맹 쪽에서 일하신 분이라더군요.
암튼 동백꽃이 많이 져 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1. 이상한 일이죠? 요즘 피곤하긴 피곤한가봐요. 처음 보는, 남성미 물씬 풍기는 데다 잘 생긴 남자 스텝들와 배우들을 봐도 감기 걸린 개 코처럼 둔감해진 이 무뎌진 감각이라니.
2. 영로야 미안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폭탄 맞은 것처럼 촬영 준비 하느라 친구사이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어질러놓은 거. 깨끗이 치워놓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