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게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 닉네임 하나쯤은 갖고 있게 되지않나요??? 저도 그래서 만든 것이 '샌더'인데. 음.
제가 요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헉헉..길다.. 줄여서 '센터')에서 하는 겨울 퀴어 아카데미의 이론 입문 강좌를 듣고 있어요. 본격적이라기보다는 4강으로 이루어진 짧은 강좌인데. 이게 참.. 재미있네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오늘은 '이름'과 관련해서요.
사실, 정체성과 이름은 떼어놓기 어려운 것이고,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지만, 흐릿하게 기억하기로는 미술 작업들도 이름에 관한 작업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고. 그런 작업들은 대부분 정체성과 연결되고 말거든요.
저도 학교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을 설명해야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전 이런 과제 싫어요 ㅠ_ㅠ) 그런 작업을 하다보면 정체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죠. 그렇다고 거짓말로 애두르긴 싫고요. 그렇게 갈등하다 결국 'noname(노네임)의 역사'라는 타이틀로 작업을 한 기억이 나요. 치사하게 이름을 다 지우고, 이름을 갖게 되는 것과 이름을 버리는 것 사이 어딘가의 '나'로 눙쳐버린거죠. 이런 웅크린 게이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해요.
어쨌든 제가 '샌더'로 불리우는 삶과 제 본명으로 불리우는 삶은 분명히 분리가 되는 지점이 있죠.
센터에서 진행한 강의는 좀 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밀접했지만, 적어도 친구사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거라고 생각해요.
가령, 정기모임 때, 늘 있는 짧은 자기 소개 순서에, 닉네임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 묘한 이질감 같은게 있죠. 간혹 처음 오신 분들 중에 닉네임이 없는 분들은 당황하시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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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 이름의 역사를 말하자면,
저는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이반모임에 데뷔를 했어요. 으아ㅋㅎㅎㅇㄴ킼ㅋ아ㅏ!!
고등학교 때. 지금은 너무 낯설고 어떤 의미로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 때는 그 이름을 선점한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꼈죠. 그 때 사귀던 친구의 이름도 몹시 오그라들었는데 밝히진 못하겠고.. 그냥 그 시절의 정서인지, 그 이름들을 친구들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그 뒤에는 잠시 본명으로 생활하다가.
20대 초중반에는..........
..........크...크레용..이라는 이름을 썼었... 어요...
그 시기에는 별다른 일도 없었고 또 그렇게 금방 이름을 버리게 되었죠.
그리고 20대 중반에 친구사이에 처음 나오면서 갖게 된 이름이 '샌더'인거죠. 이 이름은 그나마 영어권에서 사람이름으로 쓰는 이름이기 때문에, 덜 오그라들고 소개할 때도 그냥 불편없이 해요.
하지만 여전히 그런건 있죠. '샌더'로만 맺어진 관계에서 누군가 '샌더야'하고 부르면 주변 사람들의 '응?'하는 느낌이요. 재외국민이거나 교포인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는데..ㅠ_ㅠ
제 닉네임은 아니지만.. 비슷한 예로, 전화통화 하다가 (계집애로 들리는) '기즈베 형!' 이라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이쁜이 형도..그랬죠.ㅋㅋㅋㅋ
그래서 좀 더 이름처럼 편하고 무난한 닉네임을 생각해봅니다. '지훈' 같은 건 어떨까요. (태명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그것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샌더'인채로 활동하고, 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니. 일반친구들이 제가 쓰는 '샌더'라는 이름을 알게되고, '샌더'라는 이름을 그들도 따라 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각종 소셜사이트와 블로그, 카톡 닉네임.. 전부 '샌더'에요. '샌더'로서의 삶이 자꾸만 확장되는 것이죠. 이젠 돌이킬 수가 없어요. 아마 이 닉네임을 바꾸려면, 마치 개명을 했을 때처럼 고단하게 하나하나 바꿔줘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겠죠. 그렇게 하더라도 사람들은 계속 '샌더'라고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을거예요.. 그..그렇겠죠? ㅠ_ㅠ
뭐. 이것이 나뉠 수 밖에 없는 것이, '샌더'로 드러내는 정체성과 '본명'으로 드러내는 정체성이 다르니까요.
저를 '본명'으로 관계 맺었던 학창시절 친구들은 '샌더'로 사는 저를 전혀 모르죠.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지금 저는 '샌더'로 사는 삶이 훨씬 커요. 어머니께 커밍아웃을 했지만, 어머니는 '샌더'가 누구인지도 몰라요.
한참 전부터,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본명을 사용하는 추세인 것 같긴하더라고요. 물론 오프라인 사조직일 경우에요. 온라인에서는 이쪽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닉네임을 쓰죠. 어떤 분들은 개인적으로 닉네임과 본명을 일치시키는 작업도 하시는 것 같고요. 조금씩 닉네임의 삶에 본명을 가져다가 쓰기 시작한다던가.. 뭐 그런 식인 것 같네요.
사실 닉네임을 쓰는 것은 일정부분 '은폐'의 기능이 주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죠. 닉네임을 쓰면 본명의 정체성이 안전해지니까요. 그런데 어떤 닉네임은 종종 본명을 초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닉네임이 제 삶에서 은폐의 기능을 거의 하지 않죠 ㅋㅋㅋㅋㅋㅋ
저는 이미 '샌더'가 너무 익숙해요. 강제로 주어진 이름과 내가 선택한 이름이라는 애정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젠 본명이 더 낯설어요. '샌더'가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에요. 이름 세탁을 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ㅎㅎ
회사 다닐 때, 커밍아웃을 한 탓에 사장님 조차 저를 '샌더'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으아악. 회사를 관두고 학교를 다시 다닌 첫 학기에는, 출석을 부를 때 제 이름에 대답하지 않은 적도 있어요. ㅠㅠㅠㅠㅠ 뭐 금방 익숙해지긴 했지만요.
지금 제 하루에 제가 본명으로 불리우는 것은 20%도 안됩니다. 그마저도 어머니 때문인데, 언젠가 독립하면 어떻게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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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없는데, 글이 자꾸 길어져요. 근데 잠이 와요...... 어떡하죠. 어떻게 끝내죠....-_-
아. 그냥 여기까지 한 줄 요약.
- 닉네임을 지을 때는 신중하게.
(정말 이게 끝인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더 깊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이렇게 빈약하고 마는군요ㅠㅠ )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닉네임.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_+
개인적으로는 한때 쓰던 '춤샘'도 참 좋아하는데... ^_^
(나중에 나 시간 나면 춤 가르쳐주삼~ 그 재능이 넘 아까워 ㅜㅁㅜ)
글구 한 번 '보이'는 영원한 '보이'라능~! *^@^*
처음에 낙타라는 닉네임을 말하자, 곁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어요.
" 어머! 얘 그건 너무 친구사이 답지 않아!! "
그 뒤로 많은 닉네임이 거론 되었지만( ex : 낙자, 낙심이, 낙분이.....)
다들 뭔가 신통치 않아, 시들해져갈때쯤. 천사장님의 한마디, " 나타샤, 어떠니? 낙타니깐 나타샤. 딱이네 "
그 밤, 천사장님의 빛나는 작명센스에 다들 탄복을 금치 못했다는.
그리하여 전 나타샤라는 문학적이면서도 우아한 닉네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어요.
근데 가끔, 전 나타샤라는 닉네임을 들을때마다 안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곤 했는데,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타샤 라는 닉네임이 저의 내부에 잠들어 있는 소녀들을 깨우는 주문 같아요.
내 안에 갇혀있던 소녀성(?)들을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밖으로 발현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에
나타샤라는 닉네임으로 불리워지면서 대리만족을 한다고나 할까... 쓰다보니 좀 이상해졌는데.
무튼,
언젠가는 내 안의 소녀들과 이 몸이 하나가 되어 진정한 나타샤로 거듭 태어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긍정하게 만들어 준 나타샤와 천사장님께 무한한 영광을 돌리며.
소녀 퇴근을 준비하겠나이다.
근데 정작 본 적도 없으면서
<케빈은 열두 살>이라는 영화 제목이 연상돼...
(미안! ^^;;)
저는 공방녀석들이 지어준 별명이에요 머리가 뾰족뾰족하다구 '-'
다른 어울리는 닉도 찾아봐야겠네요 +_+
말 나온김에 본명이랑 같이 써야겠음ㅋ
ㅋㅋㅋㅋ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괴리,
다중 이름/닉의 부작용,
정체성의 혼란 등 사연이 깨알같네.
'소년'은 당차고 '크레용'은 귀여운데,
이젠 웬만하면 일이반, 온오프 안 가리고 '샌더'라니
명실 상부하군~ ^_^
근데 '낙타'도 '나타샤'로 만들어버리고
'승리'도 '빅토리아'로 만들어버리는
친구 사이 끼 작명법에 의해 붙여준
'산드라'는 요즘 안 쓰남? ㅎㅎㅎㅎ
(스스로가 망가진 인간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붙인
내 닉은 완전 망작이라는...! ㅠㅁㅠ)
읽고보니... 내 닉네임 바꾸고 싶어졌음 ㅋ
아... 난 뭐라고 할까? 음... 저스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