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편견과 차별은 이제 그만"
[ⓒ '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
“나는 남자다. 그런데 나는 남자를 사랑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남성동성애자(게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면서도 가장 하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당히 ‘나는 뼛속까지 게이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 동성애자 모임인 ‘친구사이’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본문) ‘친구사이’는 남성동성애자(gay) 인권운동단체다. 1993년 국내 최초로 결성된 동성애자 인권운동모임인 ‘초동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친구사이는 음지에서 힘들고 외롭게 방황하던 동성애자들의 따스한 쉼터가 되기도 했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그들로부터 동성애자로서 살아간다는 것과 그들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들어봤다.
◇동성애자, 그들이 겪는 편견 = 친구사이 홈페이지에는 회원들의 커밍아웃 인터뷰가 연재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릴레이 인터뷰는 어느덧 18회 까지 이어졌다.
인터뷰에 응한 동성애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게이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 고민, 좌절과 소외감 등에 대한 진솔한 답변을 인터뷰에 쏟아내고 있다.
성장기 동성애인과의 사랑싸움, 부모의 강요로 마음에도 없었던 이성과 선을 봐야 했던 일, 형·누나에게 게이임을 밝혔지만 어머니에게만은 아직도 고백하지 못하고 있는 사연, 사랑하는 동성과의 연애담 등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하다.
처음 내용을 접하는 ‘일반적(?)’ 이성애자라면 눈이 휘둥그레 해 질 법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20대 새내기 대학생, 30대 요리사 또, 40대 회사원까지 우리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동성애자 중에는 자신의 성적취향으로 주눅 들지 않고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도 꽤 많다. 하지만 적어도 몇 번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동성애를 금기하다시피 하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상처 받고 있다고 동성애자들은 말한다.
동성애인은 ‘가족’이라는 범주로 인정받지 못해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해주지도 못하거나, 함께 살 집을 얻으려고 해도 ‘남자만 사는 건 안 된다’며 계약을 거부하는 경우, 또 승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동성애자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편견이다.
친구사이 활동가 박지호씨는 “보수적인 우리사회에서는 동성애는 아직 금기의 대상이자 일종의 조롱거리다”며 “생물학적 성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서슴없는 발언에 성소수자들은 쉽게 위축되곤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조차도 게이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없는 사람’ 취급받는 동성애자 = 현재 한국의 법 조항에서 유일하게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은 군대 내에서 남성간 성행위(계간)나 기타 추행을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군형법 92조다.
지난해 8월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이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가 군형법 92조의 위헌결정 촉구를 위한 1500인 탄원서를 제출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반대로 동성애자를 배려하는 법안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배려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동성애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예를 들어 각종 법에서 이성애 위주의 ‘배우자’에 관한 조항은 250여개에 달하지만 동성애자들을 배려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2년부터 수년간 국회에서 논의되어 왔던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성소수자들이 벌였던 활동들이 주목받은 적도 있었다.
2007년 10월경에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20개의 차별조항에서 성적지향을 포함해 학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상황 등 7가지 조항이 빠진채 상정된 것이다.
17대 국회가 폐회되어 자동 폐기되었지만, 그 와중에 보수 기독교의 차별적인 행동 등에 대항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성적 소수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박기호 씨는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많은 모임이 생기기도 했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고 이와 연계한 제도적 과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ryupd01@asiatoday.co.kr>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258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