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부패와 비리가 심각해지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부상하자, 대대적인 교회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기독교 내부에 새로운 움직임이 생겼다.
동성애자에 대한 기독교의 뿌리깊은 차별을 비판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기독단체와 개인들이 연대해 활동을 시작한 것.
기독교는 ‘동성애자 차별’ 가장 심각한 집단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이제 교회는 가장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동성애자들이 교회의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기독교 내부의 시선은 여전히 동성애자를 ‘신의 질서를 거부한 존재’로 낙인 찍는 경향이 강하다.
작년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보수기독교계는 ‘동성애자차별금지법안 저지의회선교연합’을 발족해 이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서명운동과 로비에 나섰다. 사실상 이들의 주장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정당하니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보수기독교계가 종교의 이름을 걸고 ‘동성애자 차별’에 앞장서자, 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기독교 내부의 목소리들도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결성된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기독인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보수기독교계가 보여준 압력행사에 대해 자성하며, ‘기독교와 동성애’라는 오래되고도 어려운 주제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독여민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백교회, 향린교회 여성인권소모임 등이 그 주체단위들이다.
‘기독인연대’를 결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기독여민회 김숙경 총무를 만나, 한국기독교 내 새로운 흐름으로서 이 모임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독여민회는 1986년 ‘예수, 여성, 민중’을 철학으로 삼아 여성목회자와 사회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여성의 목소리를 교회와 사회에 확산시키며 노동, 빈민운동, 쉼터활동 등을 해오고 있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가 차별금지법 관련 범 기독교토론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기독교 내 동성애 논의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초기에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
“‘기독인연대’가 결성된 것은 작년 12월이지만, 그 이전에 계기가 될만한 자리가 있었다. 10월에 있었던 한국교회의 날 행사에서 마지막 날에 성소수자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었다. 교회 내 동성애자에 대한 배척과 동정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을 했다. 교회 내에 다른 목소리도 있구나 하는 반응도 나왔다. 그 자리에서만 이야기 듣고 말기에는 아까운 자리였다.
이후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보수기독교계의 압력이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안 그래도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를 듣는 마당에 ‘기독교 내에서 (비판적인) 얘기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고상균(전도사)씨가 ‘우리가 무언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을 해와서 여신학자협의회와 함께 모였다.
당시는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 등 항목들이 빠진 채 국회에 상정되는 촉박한 시기였다. 우리는 교회의 동성애자,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뜻을 함께 하는 단위들과 함께 12월 4일에 차별금지법 관련 범 기독교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열린 <차별하지 않으시는 야훼> 토론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이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는데, 평가와 이후의 과정을 설명해달라.
“토론회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일회성, 이벤트 성으로 그치지 말고 기독교 내 운동으로 계속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의 내용 중에서도 중점을 ‘동성애’에 두었다. 시민단체들은 이제 차별금지법을 ‘성적 지향’뿐 아니라 전반적인 차별 문제로 바라보기로 한 것 같은데, 우리는 교회 내 동성애자 차별에 대해서 힘들지만 더 이야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어찌 보면 우리가 기독교 내 동성애 문제를 부각시키는 최전선에 서있게 된 것 같다.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연대의 틀을 만들기로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기독인연대’에 함께하는 사람들 중에는 목회자도 있기 때문에, 교단에서 문제를 삼게 되면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논의했다. 감안하고, 각오하고 필요성에 공감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모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개신교가 많지만 천주교 단체도 있다. 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데, 그 중엔 성공회 신도도 있다. 최근에 향린교회 여성인권소모임에서도 결합했다.”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가는 언론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언론을 통해서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없고, 마치 ‘천형’과도 같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다.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불쌍하다는 시선,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인정해줘야 한다는 시선을 이젠 넘어서야 할 것 같다. 동성애자가 공공의 선을 해치지 않는 한,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누가 누구를 인정해주는 권한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성애를 선택하듯 동성애를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토론회에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의회선교연합 측과도 논쟁이 진행됐는데,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의회선교연합은 동성애를 창조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본다.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성서는 같은 구절, 심지어 같은 단어라 해도 해석이 다르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면 고대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와 이스라엘 민중의 당시 상황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시대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원인에 대해 가난한 자들을 돌보지 않는 사회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적인 뉘앙스를 담은 문자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동성애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성서 구절을 놓고서 논박이 오가고 문자에만 매달리는 동안 본질을 잃어버리고, 논리구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서는 그 철학과 정신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구약에도 ‘희년법’이라는 게 있어서, 그 내용들 중에는 ‘종이 7년이 지나면 빚을 탕감해주고 풀어주라’는 속량에 관한 부분이 있다. 그 시절에도 차별이 없는 것에 대한 합의, 선언이 있었던 것이다. 신약은 말할 것도 없다. 예수가 누구에게 다가갔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분은 절대로 가진 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비천한 사람들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의 발자취는 포용과 사랑과 낮은 자와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보수기독교의 모습을 보면, 예수를 박제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의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일단 연대모임을 꾸리긴 했어도, 사실 우리 안에도 스펙트럼이 다양할 것이다. 때문에 동성애자 당사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서로 논의하고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하고 있다. ‘기독인연대’에 참여하는 단위들은 이름만 얹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기독교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는 지금이 어둠이 짙어진 시기라고 보고 새벽으로 가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서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기독교 내 동성애 차별에 대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담론을 확산시킬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인터넷 까페
cafe.naver.com/equalchrist
조이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