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출마 선언한 민노당 성소수자위 최현숙 위원장
“성소수자 이슈를 더 널리 알려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최현숙(50)씨가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 종로구를 택했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의 공직선거 출마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최씨는 2004년 남편과 이혼한 뒤 커밍아웃했다. 현재 사랑하는 파트너가 있지만, 동거할 생각은 없다. “내가 누구를 사랑할지 성별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 ‘레즈비언’보다 ‘성소수자’라고 불러달라”고 그는 주문했다. 성소수자는 게이, 레즈비언, 성전환자 뿐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 청소년의 성과 지지받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모든 성 정체성을 포괄하는 용어다.
‘커밍아웃 출신 첫 공직 후보’ 기록,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여성운동도
그는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지향 등 7개의 차별 항목이 삭제됨으로써 촉발된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운동’으로 최근 바쁘다. “신문·텔레비전 인터뷰 뿐 아니라 라디오 프로그램 토론자로 나서는 등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렇잖아도 일부 보수 개신교 측에서 항의가 컸어요. 출마하면서 동반자 등록법 등을 이야기하면 ‘동성 결혼 합법화’라며 반발이 거세질 것도 각오합니다만, 제가 겪을 피해보다 제 형제들과 부모님이 겪을 피해가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커밍아웃한 뒤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 손에 꼽힐만큼, 우리 사회 소수자 중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갖고 있는 성소수자 진영의 대리인으로서 출마하겠다는 그의 결심은 그래서 더욱 단호하다. 같이 살고 있는 작은 아들(23)이 ‘사진이 공문서 위조 수준 아니냐’고 농담하면서도, 블로그에 응원글을 남기는 등 적극 지지해 주는 것도 큰 힘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그에게 성적 지향과 종교적 정체성 간에 갈등은 없었는지 물었다. “전혀 없었어요. 예수는 사랑을 말했지요.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자기네들의 율법 해석을 가지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을 옳다고 할 순 없어요.”
그가 사회운동을 시작한 것도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1987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에서 장기수가족후원회 활동과 천주교 여성운동을 함께 해왔다. 그러다 “성소수자의 정치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뒤, 2기 여성위원장을 거쳐 3, 4기 성소수자위원장을 역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