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입니까?
천편일률적인 사랑 얘기는 그만
원영 기자
2007-07-31 01:27:09
조건 없는 사랑, 세상을 넘어선 사랑. 혹은 전쟁 같은 사랑.
이반(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연애를 초월적인 것으로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상상이 사실은 호모포비아(동성애공포증)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천년만년 행복한 레즈비언 커플은 이성애자 커플만큼이나 드문 까닭이다. 우리는 문제투성이의 사랑, 상처투성이의 관계를 극복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끝도 없이 설레고 가슴 벅찬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 얼마간은 그럴지도 모른다.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거나 혹은 어떤 걸림돌도 보이지 않는 때를 지나기도 한다. 그러나 버스 창 밖의 풍경이 멈추지 않고 지나가듯, 반짝이는 시간들은 어둠을 향해간다.
당신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가 지면 작별인 사랑도 있다. 비가 오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연인들도 있다. 붉어진 얼굴이 마지막인 싸움도 사랑이다. 그러나 피곤에 찌든 얼굴로 힘들다는 말을 겨우 내뱉고, 침묵 속으로 서로가 섞여 들어 위로하는 편안한 사랑도 존재한다.
교제는 이해와 인내, 그리고 긴 호흡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잠시 빛을 잃었다고 해서 그 사랑이 끝장났다고 생각하는 건 섣부르다. 시간을 다리 삼아 건너 온 관계는 열정적으로 뛰는 심장보다 더 단단하다. 지친 몸을 뻗어 쉴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건 어쩌면 커다란 축복이다.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한다.
물론 시간은 호락호락하게 지나가지 않는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사랑, 서로의 벽은 어찌나 단단한지. 튕겨 내고 막아서며 상처 입는 나를 다독이고 너를 위로해야 한다. 하나씩 문을 열어갈 때마다 처음의 신비로움은 잦아질지 모른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남는다. 함께 견뎌온 것이 쌓여 간다는 건 믿음이 두터워진다는 증거다. 상대방을 향한 믿음도 사랑이니까. 불꽃 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동성애자 커플이 이성애자 커플보다 더 빨리 헤어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신뢰도를 의심하기 전에, 이유를 읽어 보면 꽤 그럴 듯 하다. 연구 보고서에는 ‘동성애자 커플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숨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써있다.
무엇이든지 둘이서만 해결해야 하는 세상에서 폐쇄적인 관계를 극복하지 못할 때 이별은 조건반사라고 해석해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두 사람을 담아줄 수 있는 기반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불꽃이 굽이치는 하늘에만 현혹되고, 놀이가 끝나면 칼처럼 돌아서게 될 테니까.
그러니 우리는 이제 사랑의 다른 얼굴을 찾고 듣고 읽어야 한다. 사랑은 답이 하나뿐인 문제가 아니다. 풀어가는 과정도 제 각각이다. 천편일률적인 사랑 이야기를 반복하기 전에,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하고 들어 주는 포용의 자세가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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