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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남장 여성에 주목할까

윤은혜 vs 이준기

2007-07-23 09:50:41  

삶과 죽음 사이에는 산 죽음 즉 유령이 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반인반수가 있다. 이 ‘사이’ 공간에 거주하는 대표적 거주민은 드라큘라, 뱀파이어, 고스트, 유령선, 늑대인간이다. 유령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비극적 딜레마의 존재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뭉쳐진 것이기 하다. 그 욕망의 덩어리들은 결핍의 덩어리들이다. 근본적으로 욕망은 ‘차이’와 ‘사이’에서 비롯한다.

저승과 이승의 중간에는 중천이라는 곳이 있다. 중천은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니다. 중천에 존재하는 이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 유령은 인간에서 비롯했으면서 인간이 아니다. 원혼은 끊임없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면서 번민한다. 스스로 사유하는 자는 주체이다. 주체의 고민이다. 이승에 있으면 이승에 속해 살면 되었고, 저승에 가면 저승에서 극락왕생하면 된다. 그럴 때 주체적 고민은 없어진다.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 키덜트가 있다. 아이(키드)이면서 아이가 아니고 어른(어덜트)이면서 어른이 아니다. 아이에도 속하지 않고, 어른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터부시 된다. 이러한 ‘사이’와 ‘차이’는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공간이다. 현존과 부존의 사이에는 ‘혼돈’이 있다. 중간의 공간은 혼돈이며, 모호한 차이의 공간이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고, 혼돈 뒤에 구분이 생겼다. 혼돈은 ‘기원’을 의미했다. 기원은 주체의 시작이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은 주체적으로 자기 스스로 고민하고 사유하기 시작한다. 주체는 대립의 사이에 존재한다.

차이가 없으면 주체가 없다. 크로스섹슈얼리티는 남성과 여성의 성이 교차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교차는 서로의 겹치는 부분에서 일어나며, 그 겹침은 차이에서 비롯한다. 결핍이 없으면 주체의 고민은 없다. 어느 쪽에 완전히 안주한다면 주체적으로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화는 모호한 공간, 주체의 공간을 고민한다. 성의 정체성을 대중문화에 투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립구조를 넘어선다. 성적 교차는 양성의 결핍의 공간에서 발생한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준기 분)은 여성과 남성을 넘어서는 사이-차이 그 무엇이다. 얼핏 공길은 남성도 아니며, 여성도 아니다. 같은 시기 방영되었던 드라마 <마이걸>에서 이준기의 서정우는 털털하고 남자다운 바람둥이 기질의 남자 캐릭터다. 주목을 받지 못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고은찬(윤은혜)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적 이미지-제 3의 성의 모습을 남장을 통해 보여준다. 모호하고 혼돈스러워 홀린다.

제3의 존재는 ‘차이’에서 비롯하며, 남장 여성은 남녀 간, 서로의 결핍이 뭉쳐진 것이다. 즉 남자와 여자의 결핍이 겹치는 공간에 중성-미소년이 있으며, 크로스섹슈얼리티가 있다. 그들은 고민하는 존재다.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자신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추구하고자 한다. 아니 적어도 보는 이들에게 동일시의 와중에 사유하게 만든다. 이때 어디한쪽에 안주하지 않는 존재이다. 애초에 안주할 수 없는 존재의 비극성이 있다. 물론 고민하는 주체는 여러 가지 화두를 전달해준다.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그 모호함, 그 모호함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초월하는 것이므로 더욱 매력적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혼돈’이다. 혼돈은 환타지이며 새로운 기원을 의미한다. 기원은 새로움을 의미한다. 새로움, 이것은 대중문화의 상품성을 말한다. 모호함에 빠져들면 이성은 마비되고 감성에 매몰된다. 존재의 구분은 사라지고 동일시와 함께 환타지에 빠져든다.

고은찬(윤은혜)은 돈을 벌기 위해 남성으로 변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실제 제3의 성이 아니다. 미소년으로 변장하지만, 사실은 여성이다. 결국 여성성으로 회귀하고 만다. 본래부터 ‘차이’는 없다. 결핍에 대한 욕망은 그녀를 보는 이들에게만 있다. 그래서 고은찬이 완전한 주체는 아니다. 스스로의 고민은 없다.

주체는 독자적인 사유체계를 가지므로 다른 존재에게 타협하거나 합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꾸로 고은찬은 누구에게나 껄끄럽지 않다.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완전한 ‘차이’, ‘사이’에 존재하는 괴물, 유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이‘의 관점에서 보면, 결말이 용두사미일 가능성이 크다. 공길은 결국 남성이었기에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제3의 존재를 형상화 하지 못하고 동성애 코드의 상품화에만 머물렀다.

새롭게 선보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이수현 역을 맡고 있는 이준기는 남성다움을 강조한다. 일종에 완소남이나 훈남의 부드러움을 가미했지만 남성성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점은 <플라이 플라이>에서 가장 고승석(이문식)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장가필(이준기)과 같다. 물론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인이 싫어하기도 하지만, <왕의 남자>속 공길에 대한 기대치로 <개와 늑대의 시간> 속 이준기를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길은 결핍의 중첩지대에 존재하는 모호한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지만, 이수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고은찬을 둘러싼 ‘모호함’을 적절하게 어떻게 구사하는가에 따라 인기의 생명성이 달라질 것이다.

원혼의 비극은 마음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존재다. 그래서 동정을 받는다. 남자이지도 여자이지도 못하고 존재를 위해 남장을 해야 하는 딜레마를 부각시킬수록 긍정적일 것이다. 이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존재를 소재로 다루는 대중문화의 특징이다. 이러한 논의는 헤겔과 칸트, 라깡을 오가며 정립한 지젝의 ‘차이’와 ‘사이’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절대성은 없고, 그렇다는 말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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