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 김혜영 시인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여종업원과 부유한 사장 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지만 동성애를 결부시켜 진폭을 넓히고 있다.
동성을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동성 간의 사랑은 타자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심리적 연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육체적 사랑이건 인간적인 끌림이건 영혼에 푸른 입김을 불어주는 특별한 존재가 가끔 우리 곁에 와서 머물다 바람처럼 떠나기도 한다. 죄로서 금기시하던 동성애가 포스트모던 문화에서는 '차이'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수용되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동성애 코드는 영화, 소설, 시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 이외의 또 다른 대안으로 동성애는 페미니즘 비평에서도 진지하게 다루어진다. 양성적 세계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성의 공존을 지향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를 주된 플롯으로 설정해 극의 긴장과 호기심을 유지시킨다. 여장 남자인 고은찬(윤은혜)과 최한결(공유) 사이에서 그려지는 동성 간의 사랑은 무겁거나 질척거리지 않고 풋풋하다. 시청자들이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덜 느끼는지 모른다. 한결이 은찬에 대한 감정 때문에 고뇌하는 장면은 초자아와 이드가 충돌하는 심리를 엿보게 한다. 아버지의 법을 따를 것인가? 위반할 것인가? 영화나 소설에서 동성애는 이성 간의 사랑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금지된 사랑이어서 그런 것일까?
커피프린스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매력이 넘치는 꽃미남이다. 남자들만 근무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여성이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자가 남장을 하고 들어간다. 그들은 심각하게 정치나 사회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사장인 공유 역시 계급적 갈등을 의식해서 돈에 집착하거나 사회적 성취에 매몰되지 않는다. 공기 같은 세대다. 가벼운 터치로 현실을 걸어가되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새로운 세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자신의 기호나 취향을 존중하는 경향이 읽힌다. 그들에게 거대 서사는 왠지 유행이 지난 청바지 같다.
윤은혜는 목소리도 걸걸하고 무술실력도 갖춘 왈가닥 아가씨이다. 소녀가장이지만 발랄하고 쾌활하다. 여종업원과 부유한 사장 간의 사랑을 그린 신데렐라 이야기이지만 동성애를 결부시켜 드라마의 진폭을 넓히고 있다. 삼순이의 뒤를 잇는 은찬은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캐릭터이다. 예쁜 척하지 않는 털털한 매력이 은찬에게서 발현된다. 극중에서 선기(김재욱)가 던지는 "하긴 남자든, 여자든 인간적으로 끌리는 게 중요하지"란 대사에서 동성애가 인간애로 확장됨을 암시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젊은 세대의 가벼우면서도 개성을 존중하는 그들만의 문화가 커피 향기를 피우고 있다.
/ 입력시간: 2007. 08.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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