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TV속 ‘동성애’
“男-男 과감한 키스신
“수위 위험” “자연스럽다”
시청자들 시끌시끌
“윤은혜는 그래도 남잔데, 공유와 막 키스해도 되나요?”
윤은혜가 ‘남장여자’로 나오는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두고 동성애 논란이 붉어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아직 설정상 ‘남-남’ 커플인데 키스 신이 나오는 등 애정 표현의 수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소년들끼리 동성애를 하는 야오이(やおい.)냐” “보기에 아슬아슬하다”는 반응. 그러나 동시에 상당수 시청자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관대해진 인식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 코드를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로 이용하고 있다. 윤은혜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남자에게 끌리는 마음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공유는 24일 방송에서 “너 게이지? 나는 아니거든”이라며 의형제를 맺을 것을 제안했다. 포옹은 물론, 가벼운 입맞춤, 키스까지 나눈 둘이지만 상대를 남자로 알고 있기 때문에 공유의 내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중.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 코드를 이용해 미묘한 심리상태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동성애 코드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문화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굳이 미국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왕의 남자’ 역시 동성애 코드를 살짝 건드렸고, 고(故) 이은주 주연의 ‘주홍글씨’에는 여자들의 동성애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공유의 내적 갈등은 박선영이 남장여자로 나온 영화 ‘가슴달린 남자’(1993)의 최민수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병원 정신과까지 찾아 상담을 받는 것도 똑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도 아닌 지상파방송에서조차 동성애 코드의 표현이 과감한 키스 등으로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동성애가 나왔다고 무조건 화제가 되는 시대도 지났고, 이제 은근슬쩍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흥미유발을 위해 넣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 SBS ‘헤이헤이헤이 시즌 2’의 콩트 ‘룸메이트’에서 신동엽과 이종수도 동성애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키스 장면도 여과 없이 방송됐다. 영화에서 먼저 촉발된 동성애 코드는 이제 TV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가 된 셈. 상업광고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레슬링을 하는 두 남자 선수의 모습을 마치 동성애자의 애정 행각처럼 묘사한 휴대폰 광고 역시 노골적인 동성애 코드로 심의에 걸렸지만 거친 숨소리가 나오는 부분 등을 수정해 재심을 통과했다.
이처럼 동성애라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이슈는 1993년 ‘가슴달린 남자’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까지 14년을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문화적 변화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