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미국 뉴저지주의 보험업체 처브 그룹은 직원이
동성의 반려자와 `결혼'에 준하는 결합을 할 경우 일반적인 결혼과 똑같이 휴가를
준다.
뉴욕의 하이테크 업체 더블 클릭의 케빈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고위직
사원을 뽑기 위해 면접한 입사 희망자에게서 "나는 동성애자다. 여기에 대해 당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지를 확실히 해두고 싶다"는 질문을 받았다. 라이언 CEO는 "그것은
얼마든지 환영"이라면서 이 사람을 채용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려 하고 있
지만 직원의 동성 반려자에게 `가족'으로서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
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8일 보도했다.
저널은 직원복지 컨설팅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동성결혼
금지 개헌을 제안한 이후 직원들의 동성 파트너에게 가족으로서 혜택을 부여하는 방
안을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가 하면 일선 기업체에서 동료들에게 `커밍 아웃'을
하는 동성애자들이 급증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인 휴이트 어소시에이츠 관계자는 대기업 가운데 `가정적 동반자'에
게 가족수당이나 휴가, 의료보험 등 가족의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이 현재 30%에 달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업체가 지난 2000년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2%의 기업만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 직원들의 동성 파트너에 가족 혜택
을 부여하는 방안에 관한 기업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어 이미 지난해 전체 문의
건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권리의식에 눈뜬 동성
애자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브 그룹의 경우 120명에 달하는 사내
동성애자 그룹의 주장에 따라 동성 커플의 `신혼 휴가'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다.
이 회사 동성애 그룹 대표 캐시 마벌 씨는 "부시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에는 도저
히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이 동성 커플을 진정한 가족으로 대우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이를 보장하는 법률이 거의 없다. 연방 법률에는 동성 커플을 위한 휴가 조항
이 없고 이런 조항을 둔 법을 시행하는 주도 3개에 불과하다. 4개주는 "가족에는 가
구의 어떠한 구성원도 포함된다"는 애매한 규정으로 동성 커플 문제를 다룬다.
연방의 사회복지 제도나 연금 관련 규정도 동성 파트너의 혜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 부여하는 의료보험 혜택은 면세대
상에서도 제외된다.
필라델피아 법무법인 울프 블록의 조너선 시걸 변호사는 동성애자인 직원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들이 종교 등의 이유로 이에 반발하는 일반 종업원들의 이의제
기와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직원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 업체 휴렛 패커드에서는 동성
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성향의 직원들을 묘사한 포스터가 사내에 게시된 데 반발한
직원이 자신의 책상 옆 칸막이에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구절을 게시하고 상사의
제거 지시를 거부하다 해고된 일이 있었다. 이 일은 결국 소송으로 비화했고 법원은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cwhyna@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