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동성연애
성향으로서의 동성애와 행위로서의 동성애 구별이 처음으로 명확하게 이루어진 것은 1955년 Baily에 의해서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후 성향으로서의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학계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50년대 이후 이처럼 명확하게 나뉘어진 것은 동성애를 지향하며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외연을 윤곽짓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성애를 이해하는데 있어 성적 지향 sexual orientation과 성적 행위 sexual behavior의 구별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성적 지향이라 함은 어떤 한 개인이 특별한 '성적 대상'에게서 느끼는 성애적, 정서적 호감도의 방향성을 지칭합니다. 이때 성적 대상은 남성이 될 수도 있으며, 여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동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성애적, 정서적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곧 동성애자들인 것입니다.
반면 성적 행위라 함은 말 그대로 단순한 성적인 행위입니다. 이성애자들도 동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이때의 동성간 성 행위는 군대, 학교 등의 동성밀집집단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관계처럼 성적 지향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성적 행위에 국한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도 이성과 성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성은 동성에게 향해져 있기 때문에 이때의 관계 역시 성적 행위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93년 이후 한국에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시작되면서 동성애와 동성연애를 구별하자는 주장이 제안되었고, 지금은 일반화된 상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때 동성애와 동성연애의 차이는 '성적 지향'과 '성적 행위'의 차이입니다. '동성연애'라는 말은 동성애를 동성간 성 행위로 좁혀 사고하게끔 한다는 것이 한국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동성애가 단순히 성적인 행위가 아니라 성적 지향, 즉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동성에게서 정서적, 성애적 열정을 느끼는 성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동성연애라는 말은 호모라는 말과 같이 그간 한국에서 비하적인 뜻으로 사용되어져왔기 때문에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주장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동성애/동성연애의 구분이 자칫 동성애자들의 성적 엄숙주의, 아울러 동성애는 이성애와 같다는 유사이성애주의로 결과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동성간 성 행위로 자신의 정체성을 사고하거나 짐짓 그런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가장하는 동성애자들과 동성애는 '고칠 수 있다'는 이성애자의 편견을 변화시키 위해서는 여전히 이런 구분이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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