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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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왁킹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왁킹'이라고 하고요. 나이는 21살이고 지금 대학교 2학년이에요. 또 뭐있지? 아. 키는 176cm 정도고요. 몸무게는 52, 3kg 정도고. 성격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에요.
낯을 가려요? 처음 나왔던 날을 기억하는데, 밝고 적극적이어서 전혀 그렇게 못 느꼈어요.
(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면 아니겠죠! 뭐. 근데 처음엔 낯을 가려요. 그래도 막상 친해지면 활달한 편이에요. 친해지면 사람들이 이미지를 좀 깨는 스타일이라고들 해요. 아. 그리고 보통 여기 인터뷰를 하시는 분들은 성향을 이야기할 때 탑, 바텀, 뭐 올? 이렇게 이야기하시지만, 저는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저는 아직 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MTF예요.
MTF? 안 그래도 왁킹님에 대해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정말요? 숨기려고 한 건 아니고,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 기회가 없었는데 친하게 지내셨던 분들에게 뭔가 속이는 기분도 들었고요. 괜히 미안해지는 기분 때문에. 일단 처음 왔을 때, 게이 단체라고 해서 남성동성애자 모임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외국에서는 보면 게이라는 말이 워낙 포괄적으로 쓰이니까. 근데 막상 왔더니 이게 남자들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 여기가 이런 곳이구나. 하고 조금 놀라기는 했어요. 혹시 여기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 같은 경우에는 특이하다고 생각하니까. 처음에는 불편해하는 것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가까이 오기 힘들어하고. 그래도 일단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해결되는 문제들이더라고요. 거기서 주눅이 들고 그러면 진짜 아싸(아웃사이더) 돼버리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 만나보니까 다들 좋고, 이런 걸 숨겨야 할 필요가 있나. 크게 결심해야 할 만한 일은 아니었고, 아 기회가 됐네? 좋다. 이 기회에 말해야지 하는 거였죠. 이미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것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 차이가 좀 미묘할 것 같은데, 혹시 게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나요?
네. 있어요. 처음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내가 남자구나, 여자구나, 하는 그 이전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건 남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중학교 때 게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내가 게이인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냥 내가 게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긴 했던 것 같아요. 다른 게이들도 다 나 같은가 보다... 하고 막연하게. 그런데 내 몸에 대해서 생각할 때, 게이랑은 좀 달랐어요. 몸과 마음의 괴리감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나밖에 이해를 못 하는 마음고생이 있었죠.
그랬군요. 그런데 그렇게 지내다가 친구사이라는 단체에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친구가 소개를 해줬어요. 레즈비언 친구인데, 작년 6월쯤에 한창 힘들어서, 서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친구예요. 그때까지 저는 한 번도 알아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요. '식'이나 '드랙' 같은 말도 몰랐고요. 그때 여기서(친구사이) 상담을 받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일 년이 지났고, 나도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냥 나가보자... 저한테는 완전 맨땅에 헤딩하는 거였어요. 그냥 내가 바보 같은 거예요. 나는 왜 지금까지 이런 걸 알아볼 의지가 없었나.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저를 여자로 생각하고 대해주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내 주변의 친구들과 가족들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런 제가 갑자기 좀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좀 더 무언가 노력해야 하지 않나 했던 거죠.
솔직히 이야기하면, 친구사이에는 왁킹 같은 성별 정체성을 가진 활동 회원이 그간 없었잖아요. 있었다고 해도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고요. 폭넓게 선택할 다른 단체도 있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친구사이 활동을 열심히하는 것이 예뻐 보이기도 하면서 또 걱정되는 면도 있고, 전 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가요?
처음에 이곳저곳 많이 찾아보지 못했어요. 지금은 일단 친구사이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점차 넓혀가려고 해요. 사실 여기 회원들이 막상 오픈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활동해보니 모두가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서로 대화할 기회. 이야기를 더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저에 대해 오판하는 그런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연애 가능성이나 뭐, 그런 걸 생각 안 했다고는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사실 이야기 하다 보면, 여기 회원들이 연애 가능성이 있다기보다는 남자 얘기를 같이할 수 있는 친구들? 자매들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요.
맞아요. 사실, 남자를 찾아서 나와도 대부분은 자매들만 잔뜩 늘어나는 느낌? (웃음) 연애 가능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성격이다. 싶으면 외모를 떠나서 일단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는 자상하고 듬직한 사람이 좋아요.
남중 남고를 나왔다고 들었는데, 불편하진 않았어요?
옷 갈아입는 게 좀 불편했고, 큰 문제는 없었어요. 오히려 남자애들 사이에 끼어있는 여자아이처럼 인식을 해줬던 것 같아요. 고3 때 저를 여자로 봐주는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게이 커플이다. 라는 식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긴 했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이해를 해주는 식으로 변하더라고요. 선생님들도 그랬어요. 저는 때리질 않았거든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이 불만을 갖지 않아요?
대신 깜지 같은 걸로 대체해서 벌을 받았고요. 제가 맞으면 오히려 다른 애들이 안타까워 해주더라고요.
친구들이 다정한 느낌이 드네요. 화제를 좀 바꿔서, 닉네임은 왜 왁킹이에요?
왁킹이라는 말을 한마디로 하면 팔버둥? (웃음) 스트릿 댄스에서 팔을 주로 사용하는 스탠딩 무브(서서 추는 춤)의 하나인데요. 좀 더 여성스럽다고 해야 하나? 대학교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이 춤을 추고 딱 이거다. 그래서 지금 제 전공으로 추고 있는 춤이에요.
춤추는 걸 예전부터 좋아했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천상지희의 <한 번 더 오케이?>라는 곡을 알게 됐어요. 그때 그 가수들이 춤추는 거 보고 아 되게 예쁘다. 그냥 너무 추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냥 막무가내로 그 영상을 다운받아서 막 춰본 거예요. 해보니까 그 곡 안무를 혼자 익히는 데 석 달이 걸리더라고요.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컴퓨터 하고 책보고 자거나 그게 다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그렇게 한 번 춤을 춰보게 되었던 순간 딱. 터닝포인트처럼. 그러다 대학에 와서 스트릿 댄스를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댄스 동아리에도 들어가게 되었죠.
네. 왁킹님의 춤을 꼭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춤을 추면 즐거운가요? 전 괴롭던데...
즐겁죠. 비타민? 원동력이라고 해야 하나요. 춤과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남들 앞에 나설 수도 있었던 것 같고. 어디 가서든 뽐낼 수 있는 개인기가 되어주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매개가 되어주기도 했고요. 지금도 학교에선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면 아. 그 춤추는 애? 하고 알아봐요.
학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공이 건축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네. 근데 처음에 굉장히 의외라고 말들을 많이 하세요. 괜찮냐고. (웃음) 많은 분이 오해를 하시는데, 건축이라고 해서 토목이나 건설 같은 거랑은 좀 다르거든요. 설계도 그리고, 모델링하고, 사실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인 일이거든요. 아. 힘들긴 힘들어요. 이 전공이 밤을 많이 새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전공이라고 해서 앞으로의 방향에 제한을 두거나 하고 있진 않아요. 인테리어 쪽으로 지금 공부한 것을 활용해보고 싶기도 하고, 제가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니까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그쪽으로도 가고 싶어요.
친구사이와 안 지 오래 지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 왁킹은 굉장히 신선한 등장이기도 해요.
네. 저는 그래도 굉장히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서요. 저는 그냥 여기에 오고 활동하고 싶은 의지가 생겨요. 살면서 이런 부분들도 하나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 너무 바보 같은 거예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 그런 것들이 쌓여서 또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고 그러면 좋겠어요.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그 에너지 잃지 않고 밝게 활동하시길 바랄게요. 혹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아직은 좀 완전히 적응이 안 된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나온 지 워낙에 얼마 안 되었으니까. 음. 제가 적극적인 편이니까 다른 분들도 적극적으로 대해주시면 전 더 편할 것 같아요. 뭐라고 해야 하나. 일단 저에 대해 너무 낯선 존재로 느껴지지 않게,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만 느끼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실 게이 친구들 보면 여자친구들 많잖아요. 말 한마디 잘못해서 얘가 큰 상처를 받을 거다. 그런 지나친 조바심은 없어도 되거든요. 불편해하지 마시고 편하게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친한 회원 한 분이 춤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가르쳐 드렸는데, 그런 부탁도 들어드릴 수 있어요. 지금은 휴학 중이니까, 시키실 일 있으면 막 불러주세요!
"그.. 이번에 설악산 가서 찍었던 풍경사진이에영!" 이라며, 왁킹이 보내준 예쁜 사진.
얼굴 익힌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환하고 이쁜 웃음이 인상적이예요.
이성애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모르듯, 게이들도 트랜스젠더에 대해 모르기 쉽죠.
하지만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크고 중요하니, 앞으로 많이 가르쳐주세요~ ^.^
손재주에 건축에 춤까지...! 손치에 몸치에 춤치인 저로선 너무나 부럽네요 ㅠ0ㅠ
내년 지보이스 공연뿐 아니라 다른 기회에도 멋진 춤솜씨를 보여주시구요.
앞으로도 즐겁고 보람 있는 활동 함께 해길 기대할게요...! ^ㅁ^b
열심히 춤 배울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