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ar From Heaven
감독 : 토드 헤인즈
주연 : 줄리안 무어, 데니스 퀘이드
제작 : 미국, 2002년
비디오 출시
룰루의 평 :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실망스럽다. 영화에 대한 요구가 토드 헤인즈에 대한 기대치와 비례한 탓이다.
'독poison'의 마력에서 자꾸 비껴나가기 시작한 듯 보이는 토드 헤인즈는 어쩌면 지금 '거장'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벨벳 골드마인'의 몇몇 장면이 보여준 자못 섬뜩할 정도의 날카로운 도발심은 'far from heaven'에서 그 예봉이 거의 깎여나가 있었다.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에 동의한다. 드라마는 매끄럽게 짜여 있고, 사회적 편견에 의해 상처 입은 소수자들의 아픔이 섬세하게 다루어져 있다. 또한 뒤늦게 동성애자임을 깨달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흑인 정원사와 아픈 우정을 나누다가 상처 입은 여주인공 역할을 줄리안 무어는 누구보다 잘해냈다. 임신 중에 촬영을 강행한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safe'에 이어 토드 헤인즈와 이번 영화로 두 번째 인연을 맺었고, 유독 토드와의 작업 때 연기가 빛을 발한다는 찬사를 듣게 되었다.
토드 헤인즈는 더글라스 서커 감독의 55년 작 <순정에 맺은 사랑(All That Heaven Allows)>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 시쳇말로 '왕따' 당한 비운의 여성 이미지가 이 영화의 기본 모티브다. 알고 보니 남편은 동성애자였고 나중에 젊은 남자와 살겠노라 선언하며 그녀를 떠나버린다. 또 이따금 그녀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흑인 정원사와의 우정이 동네 사람들에 의해 '스캔들'로 비춰져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받게 된다.
그녀는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그 비운이 사회적 편견에 의해 그렇다라는 토드 헤인즈의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그 자신이 게이이면서도 영화 속에 게이에 의해 상처받는 여성 이미지 상을 표현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에 대한 논란과 흑인에 대한 편견을 억지 연결시키려는 구성적 의도는 영화 중반에 이미 뻔히 드러나고 있는 데다, 그 연결지점이 사실 그리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 차라리 그는 한 가지 이야기를 빼버려야 했다.
이 영화는 망설임 투성이다. 갈 듯 갈 듯하면서도 끝내 벼랑 끝에 머물러 사태를 서둘러 종결짓는 조바심이 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젊은 남자와 함께 자신을 떠나버린 남편에 대해 애증이 있는 건지, 왜 그리 쉽게 포기를 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킬 뿐만 아니라(마치 그것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듯, 여전히 게이들의 여성에 대한 이유없는 죄의식을 드러내는 지리멸렬한 소절 아니던가!), 흑인 정원사와의 관계는 손 입맞춤 이외에(이미 이런 정도의 파격은 스파이크 리와 '몬스터 볼' 등의 영화에서 깨지지 않았던가!) 어떤 에로스도 부여하길 저어하고 있다.
하긴 이런 비판은 토드 헤인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가 장르에 포박된 여느 헐리우드 감독이었다면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을 게다.
그러나 그는 토드 헤인즈 아니었던가. 난 그에 대한 관객으로서 그리고 지지자로서, 마치 그가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 변절한 데이빗 보위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보며 그를 비난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가 이 영화에 뜨개질해놓은 재미없는 샷들이, 그 이전의 화면들이 보여준 들끓는 에너지에 대한 배신 아니냐고 묻을 수 있지 않은가?
이 영화가 이 달의 영화가 된 것은, 요즘 괜찮은 영화가 별로 없기도 한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새롭게 변모된 토드 헤인즈를 통해 '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기 위해서이다.
p.s
오해 없으시길.
이 영화는 '좋은 영화' 중에 하나이며, 여느 상업 영화보다 훨 낫다. 전주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놉시스 :
그녀에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고 언제나 굳건한 가정의 평화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믿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기에. 그러나 삶은 개인에게 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주 작은 돌 하나로 잔잔한 호수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듯이 그녀의 철옹성 같던 행복은 아주 단순한 거짓 하나에 사정없이 무너지고 만다.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단란하게 자리잡은 코네티컷 마을의 가정들. 모든 사람의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감돌고 여인들은 우아한 차림새로 자신의 만족감을 드러낸다. 단정한 곱슬머리에 실크 스카프를 걸친 이 여자, 캐시도 그들 중의 하나. 아름다운 저택에서 먼지 하나 없는 가구들처럼 흐트러짐 없이 제 자리를 지켜 온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과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했다.
그날도 다를 바 없었다. 캐시는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반갑게 문을 연 그녀 앞에 남편이 있었다.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남편이. 자기가 본 것을 믿을 수 없는 캐시. 남편은 사실대로 고백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다. 도저히 인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캐시는 이런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이건 병이라고, 잠시 비정상인 상태로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4-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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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