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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릭 워렌 목사와 오바마 당선자 지난 8월 릭 워렌 목사가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자신의 교회를 방문한 오바마 후보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새들백교회 홈페이지  오바마


지지세력 반발에도 사회통합 상징성 노려  

복음주의자 취임식 축도에 진보 및 동성애 지지단체 반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이하 오바마)가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의 축복기도(축도)를 대표적 복음주의자 릭 워렌 목사에게 맡긴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진보단체 및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미 오바마가 차기 내각에 중도 우익인사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린 것에 실망감을 나타낸 바 있는 진보단체 '미국의 길을 위한 사람들'(PFAW)과 미국 최대 동성애자권익옹호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 등은 18일 동성애자 반대운동을 주창해온 인사에게 역사적인 자리에 설 기회를 준 결정에 깊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진보·인권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오바마 당선자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2년 전 릭 워렌 목사(이하 릭 워렌)는 내가 동성애자 권리나 낙태 문제 등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교회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워렌 목사를 옹호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차 보다는 '화합'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해명에 대해 '카펫배거(Carpetbagger·철새정치인) 리포트'라는 정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티브 베넨은 "오바마는 사회적 이슈에 진보적인 견해를 지지하고 그렇게 할 것이 확실하지만, 워런 목사는 다른 쪽을 계속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CNN 19일자)

여러 논란에도 오바마가 릭 워렌을 취임식에서 배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바마 개인의 종교문제가 아니라 향후 정치적 행보에 있어 릭 워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릭 워렌이 자신의 당선에 부정적인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가 보수 기독교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다른 어떤 세력보다 결집도가 높은 데다 지난 30년간 미국 대선은 물론 의회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사망한 제리 폴웰과 팻 로버트슨으로 대표되는 복음주의자들은 정치와 종교분리라는 과거의 관행을 깨고 정치에 적극 개입, 레이건, 부시 부자의 대통령 당선은 물론 클린턴 전 대통령 때는 60년대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성기 때 기독교우파는 상하원에 공화당을 중심으로 100여 명이 넘는 지지세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대선후보시절에도 50년대 이후 미국 종교계의 교황노릇을 해왔던 빌리 그레함 목사와의 면담을 시도했고 그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레함 목사를 비롯한 복음주의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강조하는 등 보수 기독교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처럼 미국 정관계를 뒤흔들었던 복음주의 세력은 대선 후 세력 재편기에 접어들고 있다. 제리 폴웰 사망 후 복음주의의 중심인물은 포커스온 패밀리(Focus on Family)의 대표 제임스 돕슨이다. 그는 가정의 운명은 국가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믿고 교육을 통한 가정 회복, 가족을 중심으로 한 복음의 확산, 공화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추진해왔지만 팔웰만큼 카리스마가 부족해 전체 복음주의 세력을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존 메케인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매케인이 의회에서 '결혼은 이성간에 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헌법에 넣자는 내용을 반대하고 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등 기독교우파의 정신을 훼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1996년 '미국의 회복을 위한 센터'를 설립, 기독교인들이 공동체와 국가 안에서 성서적 덕성에 기초한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도폭발운동'을 창시한 제임스 케네디 목사, 가족 옹호, 낙태 합법화 반대, 친자유기업을 주장하는 후보들을 당선시키는 데 앞장섰던 '가족연구협의회' 대표 게리 바우어, 미국이 건설한 도덕과 종교, 헌법적 토대에 주목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미국 역사와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분으로 '월빌더스(Wallbuilders)'를 설립한  데이비드 바튼, NOW 등 진보여성단체에 대항해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CWA)'을 창립한 베벌리 라헤리 등이 활약하고 있으나 이들은 예전만큼 단결력을 보이지 못하고 각개 약진하고 있다.

지난 8년간 부시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극단적 성향의 복음주의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인물이 릭 워렌이다. 2006년 7월 중순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던 그는 남침례교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신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 80년 새들백교회를 개척했다.

릭 워렌, 빌리 그레함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복음주의자로 명성

캘리포니아주 LA인근에 있는 새들백교회는 현재 등록 교인 8만5천 명에 출석 교인 2만 여 명으로 성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금란교회 등 한국의 대형 교회에 비교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 출석 교인 2만여 명은 전체 5위권에 들 정도로 큰 규모다.  

그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 1위에 올랐고 저서인 <목적이 이끄는 삶>은 종교서적임에도 미국 내에서만 약 2천만부 이상 팔려 성경 외에 미국 역사상 단시일 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릭 워렌이 미국에서 다른 복음주의자들과는 달리 진보수를 막론하고 두루 인정받고 있는 것은 그가 새들백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전액을 교회에 헌금하고 책 판매와 강연 등으로 얻은 막대한 부를 사회봉사활동 기금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릭 워렌은 그의 아내 케이 워렌과 함께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에이즈 포럼을 개최하며 복음주의자들이 방치했던 에이즈 문제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2004년부터는 피스플랜을 창립해 세계 68개국에서 빈곤층 및 에이즈 환자 구제, 어린이 교육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 생활에서도 오래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즐겨 입는 등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릭 워렌은 빌리 그레함을 이을 미국의 영적 지도자로 자리잡았으며 기독교인은 물론 종교가 없는 계층에게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가 자신의 취임식 축도를 워렌에게 맡긴 것은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덧붙여 이번 대선에서 복음주의자들의 전매상표였던 낙태와 동성애가 올 대선의 전체 이슈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빈곤구제 등을 내세우는 릭 워렌의 사회참여적 복음주의 역시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선택이 통합적인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우선 지지세력을 실망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복음주의자들 앞으로도 기대만큼 오바마에 우호적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복음주의자 지도력 부재와 분열에도 백인 복음주의자의 74%가 메케인 지지했고 오바마 지지는 24%에 불과했다, 이 통계는 부시가 당선된 2004년 대통령 선거 때와 비슷한데 당시 백인 복음주의자의 78%가 부시에게 투표했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유색인종에게 적대적이고 기득권 상실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미국의 복음주의는 인종차별철폐·남녀평등·낙태·동성애로 대변되는 60년대 질풍노도시대를 극도로 혐오하는 다수의 기독교인들을 결집하면서 성장했고 그 여세를 몰아 네오콘과 함께 공화당 온건파를 제압하고 정치의 중심에 올라섰기 때문에 일시적 퇴조는 있어도 쉽게 자신들의 노선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복음주의 세력이 어떤 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할 지는 오바마의 행보에 달렸다. 그가 지지자들을 실망시켜 민주당이 분열하거나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실패할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 것이다. 이미 복음주의 세력과 공화당 일부에서는 클린턴 탄핵에 앞장섰던 전 하원의장을 중심에 세우려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역시 강경보수인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후보를 차세대 리더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도 전에 내각인선과 취임식 축도문제로 지지자들의 실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바마는 애써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은 결코 변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재임기간중에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장담대로 되면 그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겠지만 자신의 적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손을 내밀며 통합을 외치는 것은 어쩌면 실패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찬홍 (zskmc)  

원문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3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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