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 이색 풍경
전문가들, '유니섹슈얼' 코드 영향 강하게 작용
2006. 7. 24.
이달 초 남자 고교인 대구 Y고의 체육 시간 10분 전. 뒤에 앉은 한 학생이 가방에서 화장품처럼 보이는 뭔가를 꺼내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 학생이 바르는 것은 다름 아닌 선크림(자외선 차단제). 주위 다른 친구 3~4명도 기다렸다는 듯 선크림을 넘겨받아 돌려가며 바른 후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남녀 공학인 인근 G고 체육 시간은 Y고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운동장 한쪽편의 축구 골대는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들 차지다. 자기들끼리만의 축구 게임을 즐기는 여학생들 뒤에는 햇볕을 피해 그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중고교에서 남녀 학생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화장품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이 늘어나는가 하면, 점심 시간 여학생들끼리의 축구 시합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 됐다.
Y고의 경우 한 반에 2~3명은 선크림을 갖고 다니고, 일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마사지팩을 하기도 한다. 또 일부 학생은 모공 축소 기능 스프레이를 갖고 다니며 얼굴을 씻은 후 수시로 뿌린는 것.
반면 쉬는 시간의 '말뚝 박기' 놀이는 여학생들 사이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가 됐으며, 월드컵 이후 여학생들끼리 공 차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성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사춘기 시절, 남녀 공학의 확대 등으로 이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기회가 늘어나며 남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유니섹슈얼' 코드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지위 향상도 한 요인이라는 견해다.
계명대 심리학과 박권생 교수는 "아름다운 남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월드컵 등으로 인해 스포츠 스타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자신이 동경하는 분야에 대한 특정인을 닮고자 하는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교육계에서는 성 정체성이 모호해짐에 따른 동성애 확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 모 여중 김모(25, 여) 보건 교사는 "이성보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성 친구에게 관심이 더 많이 간다는 상담 요구가 심심찮게 들어오는 등 한 반에 사귀는 커플이 적어도 한두 쌍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성교육이나 상담 등을 통해 성에 대한 정체성을 키워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 구암 고교 이상규 교감은 "사회적인 역할은 변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역할 분담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아직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개개인 스스로가 일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