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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동성애는 죄악인가 신의 창조인가… 게이 주교 임명으로 뜨거운 논란 일어난 영국 국교회 올해 영국 정부는 동성끼리의 결혼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동성 배우자는 상속뿐 아니라 배우자 신상에 대한 결정, 가령 중대한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장례식을 관장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갖게 된다.

교회는 지난 2000년 동안 동성애자를 비난해왔으나, 1960년대부터 여권신장, 소수인종 차별 문제와 함께 동성애자 인권옹호의 물결이 일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영국 국교회에서는 일찍이 여성 혹은 남성 동성애자가 성관계를 하지 않는 한 신부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교회 내부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많은 게이 신부들이 존재했으나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거리낌없이 밝히고 있다.

동성애 허용 놓고 세계 성공회 분열 영국 국교회는 지금까지 교회 내에서 논란이 계속돼온 동성애자 문제에 대한 갈등을 그럭저럭 다독거려왔으나 올 여름에 심각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위기는 옥스퍼드 주교로 게이 신부 제프리 존이 지명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제프리 존은 비록 자신이 남성 파트너와 동거하고 있으나 교회 방침이 정해진 이후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연히 동성애자로 알려진 인물이 주교로 임명되기는 처음이다.

그의 지명에 특히 복음주의 진영을 비롯한 반대파들이 함께 일어나 분개했다.

애초 동성애자에 대한 신부직 허용을 지지하는 글을 쓴 바 있으며 자유주의자로 알려진 새 켄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스도 교회의 분열을 우려해 제프리 존이 주교직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서는 게이로서 성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진 로빈슨이 뉴햄프셔 주교로 임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영국 국교회를 모체로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성공회는 심각한 분열에 직면했다.

나이지리아와 오스트리아, 미국의 주교들이 동성애자의 교회 진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열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자 켄터베리 대주교는 최근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이 회의로 인해 문제가 완화되기는커녕 반목만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국교회는 불륜 문제 때문에 생겨났다.

16세기 헨리 8세는 부인인 캐서린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이는 자기가 성경에서 금하고 있는 죽은 자신의 형의 아내와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혼무효선언을 하려고 했다.

교황은 이에 호의적인 편이었으나 캐서린의 조카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로스 5세가 로마를 손에 넣고 있었으므로 끝내 이혼이 성사될 수 없었다.

헨리 8세는 로마와 관계를 끊고 자신을 영국 국교회의 수장으로 선언하고는 스스로 이혼을 선언해버렸다.

헨리 8세는 당시 대륙을 휩쓸던 프로테스탄트 개혁에는 아무 관심이 없던 탓에 가톨릭의 틀과 신조는 그대로 고수했다.

하지만 그 뒤 120년간 교회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간 험악한 분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이는 결국 한명의 왕을 처형하고 또 다른 왕을 갈아치운 시민혁명으로 마무리되었다.

대영제국의 힘이 세계로 뻗어가면서 성공회도 세계로 진출하게 됐다.

성경 속의 동성애는 어떻게? 영국 국교회는 국교로서 나라를 정신적으로 통치하고자 했으며 급진적인 프로테스탄트든 전통적인 로마 가톨릭이든 간에 반체제파라면 무조건 탄압했다.

교회는 주로 상원에서 의석을 차지하고는 교육·사회 입법에 보수당과 견해를 같이했으며, 민주적인 개혁을 반대하는 데 보수당의 동맹 격으로 중심적인 활약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라의 신앙을 지배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종교집단과 속세에서의 다른 여러 흐름에 대응하고, 다양한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교회는 스스로 평신도에게 의사결정 과정의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교회회의 형태의 행정제도를 채택하게 된다.

즉, 영국 국교회는 새로운 사회 조류를 받아들이면서 독특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 결과 영국 국교회와 성공회는 성경의 모든 단어 하나하나가 신으로부터 부여됐다고 믿는 교조주의자들과 복음주의자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초자연적 개념을 거부하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다양한 색깔도 수용하게 되었다.

또 교회 안에는 영국 국교회가 로마 가톨릭과 다시 합쳐야 한다는 ‘앵글로-가톨릭파’들도 있다.

게이 성직자를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자유주의자나 무소속 중에서, 반대자들은 복음주의자와 교조주의자들에게서 나왔다.

앵글로-가톨릭파의 입장은 내부에 게이 신부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체로 게이 성직자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다시 평신도·성직자·주교 등 모든 차원에서 의견이 갈리는 모습을 띠고 있다.

반대자들의 논점은 간단하다.

레위기 20장과 로마서 1장에서 바울은 창세기 2장에서 결혼은 여자와 남자간에 성립한다고 되어 있고, 이 점은 마태복음 19장에서 예수가 다시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동성애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동성애 지지자들의 논의는 복잡하다.

그들은 예수가 바리세인들의 속좁고 심판자적인 태도를 비난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는 “나는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구하노라”라고 말했다.

예수에게 하나님의 은혜는 풍성한 것이다.

그들은 마태복음 12장에서 예수가 바리세인들이 율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요한복음 8장에서 간음죄를 범한 여인에 대한 예수의 태도를 율법해석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예로 레위기 11장을 뒤집어 엎는 내용으로 사도행전 10장에서 정결치 못한 사람에 대한 기존 율법을 종결한 것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지지자들은 “율법은 사회적 맥락과 시대 변화에 따라 이해되어야 하며 예수는 한번도 동성애자를 비난한 적이 없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예수가 결코 간음을 정당화한 적이 없고 그 허약성에 대해 경고했으며 말세에 거짓 선지자(게이 성직자 지지자들을 지칭)들이 난무할 것을 경고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게이 성직자 지지자들은 레위기에서 동성애를 비난한 것은 가나안인들이 성전 안에서 저지른 남창 행위를 지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레위기에 보면 새우·게·조개를 먹는 것과 여러 가지 직물을 섞어 짠 옷의 착용을 금지했는데, 이는 오늘날 전혀 온당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항변한다.

또 과학적으로 볼 때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것인 만큼 여성과 남성은 이런 방식으로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성적 성향이 동성애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배우자에게 충실하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주장한다.

지지자들에 따르면 교회는 동성애 공포증의 방벽이 되고 있으며,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동성애 반대자들은 자신들이 동성애 공포증에 걸린 게 아니라 신의 율법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며, 교회는 동성애자를 환영하지만 동성애는 영혼의 병이므로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국교회는 엎친 데 덮친 격 이미 영국 국교회는 신학적 분열, 중심적 권력의 부재, 국가권력과의 결탁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는 등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게다가 여성에 대한 성직 수여를 둘러싸고 심한 분쟁과 분열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보수 성향의 신자들은 로마 가톨릭이나 정교회로 적을 옮겼다.

이런 와중에 터진 게이 주교 임명은 더 지독한 진통을 예고한다.

영국 국교회 앞에는 어렵고 험한 길이 가로놓여 있다.

런던= 줄리언 체인 전문위원 Juliancheyne@onetel.net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0-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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