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title_Marine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 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노희경 作>

노가다 카페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누군지 모를 그녀의 이야기가 왜 이리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지...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지금 내게 남겨진 것은 네개의 큰 흉터 뿐....

그리고 언제나 인연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손을 벗어나 버리는 인연의 끈...

지금껏 일반을 짝사랑해온 나의 업보인 것인지...
나도 모르는 나의 전생의 업보인 것인지...

누군가 내 인생에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앞에 와서 서준다면
일단은 따귀부터 한대 갈길런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올 걸 왜 이렇게 사람 애간장 태우며 기다리게 했냐고...

폭풍우가 몰아친 후 우울하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에 신세가 처량해서...
주접이나 한번 떨어본다.

...ing 2003-07-22 오후 21:00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차돌바우 2003-07-23 오전 05:27

오~ 재형이 로긴 성공했나?
재형이 맞쥐?

도토리 2003-07-24 오전 04:19

난 지금 유죄일까? 무죄일까?

아류 2003-07-24 오후 21:26

넌 유죄여야만 햇!!! 내가 유죈데...ㅠ_ㅠ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