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권위원회를 제자리에 놔두라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상을 격하시키려는 인수위의 움직임에 전국적으로 인권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7일째 '독립기구 인권위 보장'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광주, 대구 등 각지에서도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인권위가 독립기구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제적으로는 유엔(UN)이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7년전 인권위 설치 논의 과정에서 이미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인수위나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효율성을 이유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하시키면 결국 '인권' 자체가 침해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숙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활동가가 이 같은 인권활동가들의 생각을 전하는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그는 "우리의 투쟁은 한 개의 국가기구를 사수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인권 사수 투쟁"이라며 '7년 전 노숙농성에 얼굴동상 걸렸던 활동가'도 '7년 전 촛불집회 때마다 울었던 울보활동가'도 다시 명동성당 앞에 모인 이유를 밝혔다. <편집자>
인권단체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지난 24일부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의 대통령 직속화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권사안을 제쳐두고 인권단체들이 왜 지금 국가인권위 독립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
국가인권위가 뭐길래
세상살이에서 이런 저런 억울한 일 당할 때 법은 멀고 돈은 없다. 내 하소연 들어주고 전달해줄 곳 찾기 어렵다. 보통사람들이 그러하다면 인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국제 인권 기준을 들이대도 뭔 소리인지조차 모르는 권력기관엔 쇠귀에 경읽기이고, 인권단체의 말을 경청하기는커녕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인권 침해에 대한 호소를 받아도 '군대, 경찰, 교도소' 등 민간인인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법원보다 가깝고 돈이 안 들며 신속한 인권구제를 제공하고, 인권침해를 호소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인권에 대한 교육과 인식향상을 도모하는 인권전담기구가 국가인권위다.
유엔에서는 일찌감치 1950년대부터 각 국가에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권했다.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인권침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반성하는 것과 아울러 감시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라는 거였다. 이런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이라는 간판을 들고 국가기관을 휘젓고 다니다 인권침해에 대해 짖어대는 '경비견'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 오랜 산통과 출산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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