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축소, 국외서도 한국정부에 항의
‘국제인권기준 준수할 것’등 요구
김영선 기자
2007-11-13 01:29:18
법무부가 입법 예고하고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인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국외에서도 성소수자 단체 및 인권단체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차별금지법(안)이 차별 금지 항목에서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 지향, 학력’ 등 7가지를 삭제해버렸기 때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경고
뉴욕에 본부를 두고 전세계 8개 지역 사무소에서 약 200여명의 전문가가 일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11월 6일, 대한민국 국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의견을 전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서한을 통해 “국회는 법무부가 차별 금지 법안에서 누락시킨 차별 보호 범주들을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차별금지법(안)은 기존의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법무부의 수정안은 다수에 대한 보호를 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실제 차별금지법에서 삭제된 7개 항목 중 6개 항목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이미 차별을 금하고 있던 내용이다.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범죄 전력’ 등에 대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1장 2조 4항)라 규정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안이 국가인권위원회법보다도 후퇴했다고 해석되는 지점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특히 법무부가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안에 ‘성적 지향’ 항목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이 청소년 등을 유혹하고, 동성애자에 의한 성희롱이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정부의 각 부처에 제출”했던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근거 없고, 편견으로 가득 찬 주장들은 LGBT(성소수자)에 대한 모욕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꼬집으며, 이러한 발언들이 “LGBT의 안전을 위협하는 혐오의 기류를 형성케 할 위험”을 경계했다.
일본 인권단체들의 연대 서명도 잇따라
일본 인권단체들의 지지와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레즈비언 인권뉴스 ‘델타 G’와 ‘게이 뉴스 재팬’은 한국의 차별금지법(안) 축소에 관해 크게 보도했다. 또한 일본의 12개 인권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20개 항목 중 7개 항목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일본의 12개 인권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성적 지향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 보수파 기독교 단체로부터 매우 강한 반발과 항의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당초 법안에 대해 반대가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문제의 국제 인권법 적용에 대한 요그야카르타 원칙’ (Yogyakarta Principles)을 이야기하며,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요그야카르타 원칙은 “모든 사람들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의한 차별 없이 인권을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공적, 사적 영역의 차별을 금지하는 적절한 법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항의를 표하는 개인 서명과 메시지 등도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다. 일본인 다케우치 아야 씨는, “일찍이 일본이 조선에 침략하여 ‘국적’이나 ‘언어’에 의해 차별하고, 현재도 일본이 재일한국인들을 계속 차별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에서 ‘병력, 국적, 언어, 가족 형태,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성적 지향, 학력’ 등 7항목을 제외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 같아지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의 개인 및 인권단체들은 “국제인권조약의 기본인 ‘차별반대원칙’은 각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행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별금지법(안)의 복구를 촉구했다.
한국, 아시아 유일 “성적 지향 차별금지” 서명한 전례
현재 미국은 약 14개 주가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동성애자 차별금지법에 따라 언어나 노래가사, 글 등에서 동성애 혐오 표현을 하는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EU)은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을 개정하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법이 없어야 유럽연합 회원국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밖에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베네수엘라 등이 동성애자 차별금지법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제3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권고에 지지 서명을 한 바 있다. 즉, 유엔과 시민사회에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라고 권고했던 한국이, 지금 오히려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에서도 “과거에 (한국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을 비판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리더쉽을 발휘해 왔지만, 그러한 노력은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현재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 국제연대팀에는 15명의 활동가들이 일하고 있다. 케이 활동가는 “국제적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IGLHRC(International Gay and Lesbian Human Rights Commission)에서도 적극적으로 연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국외 단체에 한국 상황을 알리고 연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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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번역돌이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