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정체성앓이 학생 교실서도 내몰린다
[서울신문 2007-04-06 19:39]
[서울신문]사춘기에 성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동성애자로 몰려 ‘집단따돌림(왕따)’과 전학·자퇴 권유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6일 동성애 상담을 맡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친구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하거나 일부 교사들로부터 자퇴와 전학을 권유받은 사례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반 누가 이반인지 써라” 설문
경기도의 한 여고에 다니는 A양은 최근 담임 교사가 내준 설문지를 받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설문지에 ‘우리 반에 어떤 아이가 이반(異般·동성연애자)인지 써라.’고 적혀 있었던 것. 이후 A양은 학생부실로 끌려갔고 교사에게 “어떻게 행동했기에 아이들이 너를 꼽았느냐. 다른 아이들은 또 누가 있느냐.”는 채근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양은 다른 ‘이반’들의 이름을 댔고 이들은 나란히 학생부실 앞 복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선 뒤 다른 학생들의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의 한 여고에 다니는 B양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은 “나 변태 싫은데, 진짜 더럽다.”라고 비아냥거렸고 B양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체육복이나 책을 찢어놓고 사물함을 부수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끌려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친구들에 끌려가 구타 당하기도
경기도의 한 남자고교에 다니는 C군은 학교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자 교사가 C군의 부모를 불러 강제로 성정체성을 밝히는 ‘아우팅’을 했다.
교사는 깜짝 놀라는 부모에게 “다른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학교 지침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한달 동안 잘 생각해 보라.”며 은근히 전학이나 자퇴를 유도해 C군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D양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테러’를 당했다. 친구들은 홈피 방명록에 “네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다니냐.”며 연달아 D양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D양이 황급히 홈피를 폐쇄하자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해킹해 D양이 이용하는 다른 사이트까지 들어가 ‘○○○는 더러운 레즈비언이다.’라며 수치심을 안겼다.
●일탈·비행, 심지어 자살까지 불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 관련 단체에서 학교 측에 상담을 지원해 주겠다고 물으면 ‘이상 학생들을 계도해 다시 돌려놔야 하는데 더 이상하게 만들 일 있냐.’고 나오기 일쑤”라면서 “사회의 편견이 동성애 학생들의 분노를 일으켜 일탈과 비행,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까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변화를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교육기관에서 동성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학교 상담체계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이재연기자 nomad@seoul.co.kr
“새 감각 바른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