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렸을 적, 집에서는 자전거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절대 사주질 않았다. 어린 놈이 자존심은 세서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서 자전거를 배우지도 않았고. 그래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힌 것이 대학 들어와서였다. 주말의 캠퍼스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이라니. 그 바람의 감촉, 그리고 오르막을 오를 때의 허벅지의 유쾌한 통증이라니.
2.
어제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에서 주최한 토론회 때문에 국회를 다녀왔다. 국회에 들어갔더니, 국회 담벼락 안에는 작은 소동이. 노란 깃발을 매단 자전거를 탄 무리가 여럿 국회로 진입했던 것. 경찰들은 달리는 자전거들을 붙잡느라 이리 저리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노란 깃발에는 '정규직화 쟁취', '해고자 원직복직', '노동 악법 철폐'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여의도광장에서부터 노란 깃발을 단 자전거들이 넓게 줄서서 주차해 있더니, 자전거를 탄 노동자 시위대였다.
국회에 들어갈 때마다 괜히 주눅이 드는 나는, 한적하고 너른 국회 안을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보면서 통쾌했더랬다. 그리고, 그 펄럭이는 노란 깃발이 아름다웠더랬다. 그 쌩쌩한 자전거의 기운으로 멋진 싸움을.
3.
이송희일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영화에 자전거가 나오면 '잘 되었다'고 한다. <굿 로맨스>가 걸작으로 칭송받는 것은 그 자전거와 하얀 눈 벌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억지를 부려보면, 자전거와 눈이 또 나오는 <후회하지 않아>도 잘 되겠지. 쌩쌩한 자전거의 기운으로 대박이 나길.
4.
아, 자전거 타고 싶다.
오늘의 결론 : 자전거 뒤에 태울 미소년 애인 구함
델리스파이스 ㅣ 달려라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