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모던보이 2006-08-22 12:33:43
+0 734


D - day


김은경 감독의 단편을 두 편 정도 보았었다. 마지막 반전이 돋보인 '망막(2000)', 그리고 꽤 잘 짜여진 맬로 영화인 '남산에 오르다(2001)'. 특히, 망막을 만들었을 때 김은경 감독은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었더랬다. 그때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무척 재기가 넘치고 경쾌한 성격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김은경 감독의 '디 데이'가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 중 가장 낫다는 평을 듣고 있다길래, 다 보기는 좀 버겁고 해서 우선 이 작품을 골라 보았다.

대체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영화. 특히, 컷트의 반전과 사운드 효과로 공포를 창출하는 그 지겨운 방식이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변화로 공포를 조성하는 힘이 단연 돋보인다. 아마도 분명 이 영화는 큐브릭의 '샤이닝'을 참조했었을 것이다. '학원괴담'이라는 전형적인 장르를 재수생 기숙사라는 특정 공간에 담아내고 있지만, 공포의 원인은 사다코도 아니고, '환생'류의 어정쩡한 귀신들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바로 공포의 원인. 세트 촬영된 기숙사 복도의 음산한 분위기는 충분히 섬뜩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마지막 1/3이 갑작스런 비약과 플롯의 실종, 그리고 다소 난삽한 컷의 배열로 인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 아마 그건 두 가지 경우일 것이다. 하나는 TV 시리즈이기 때문에 은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충분히 슬래셔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거나 편집 과정에서 삭제 처리가 있었을 거라는 가정, 또 하나는 예산 문제 때문에 정작 뒷부분에 힘이 실리지 못했을 거라는 가정. 힘을 고루게 안배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놓친 것이 아쉽다.

해도 난 김은경 감독의 이 첫 작품을 지지한다. '망막' 때부터 공포 영화에 관심을 보여준 김 감독의 출사표는 상당히 안정적이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 중 가장 떨어진다는 '죽음의 숲'만 보고 정리할 생각. 왜냐, 수십 년만에 귀환한 한국형 좀비물이기 때문. ㅎㅎ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 어느 날 갑자기 모던보이 2006-08-22 734
4523 저는 가슴에 총 맞으면 +5 몸짱게이 2006-08-22 700
4522 미국, 15만 동성 커플이 아이들 양육 +4 낚시녀 2006-08-22 2878
4521 친구사이 이쁜 부서 뽑기 관리자 2006-08-21 552
4520 친구사이 사이트 해킹 +8 관리자 2006-08-21 603
4519 청소년 이반 인권학교에 대한 사견입니다. +10 토완다 2006-08-21 601
4518 오늘 천하장사 마돈나 보실분. +1 개말라 2006-08-21 552
4517 우리 신혼여행 갑니다 +6 피터팬 2006-08-21 570
4516 체코의 동성 커플들, 파트너 등록 쇄도 +4 모던보이팬 2006-08-20 846
4515 '엔싱크' 멤버 랜스의 커밍아웃 +3 게이토끼 2006-08-20 913
4514 요즘 종로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 +7 개말라 2006-08-20 655
4513 껀수가 필요하다 ~!!! +1 황무지 2006-08-19 752
4512 친구사이 뱃살 회원들을 위하여 +2 몸짱게이 2006-08-18 875
4511 여름도 타더라. +4 기즈베 2006-08-18 607
4510 그분이 러시아로 가신다지요. 내일 송별회 합니다. +3 기즈베 2006-08-18 575
4509 내일(금) 밤, 저를 만나실 분 +6 낚시녀 2006-08-18 572
4508 나무이야기..... +4 마케터 2006-08-18 514
4507 마스터즈 오브 호러 보러가요!!! +3 호러 걸!! 2006-08-17 742
4506 이탈리아, 동성 커플 등록제도 검토 +1 모던보이 2006-08-17 717
4505 내린천 래프팅 남자 탐방기. +2 차돌바우 2006-08-17 871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