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1시 좀 넘어, 잠을 거의 못 잔 상태로 현상소 가는 길. 전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잠시 눈을 뜬 사이, 삼선교 역에서 낯이 익은 사람이 탔다. 맙소사, 차돌이었다. 지하철에서 이렇게 우연히 친구사이 회원을 만난 건 처음인 듯.
게이토끼 : 차돌, 차돌아. 어디 가는 게야?
차돌바우 : 그러는 게이토끼 너는 어디 가는 거야?
게이토끼 : 응. 서울역 뒤에 토끼풀이 많다고 해서 일하러 가는 길야. 넌?
그러자 차돌바우, 머뭇머뭇거리다 마침내 입을 연다.
차돌바우 : 응. 번개에서 만난 애가 있는데, 영화 약속이 있어서.
게이토끼 : 어머, 이 비에?
차돌바우 : 그럼, 가야지.
게이토끼는 차돌바우의 부지런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이 길에 벙개로 만난 남자와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의 그 부지런함의 경지란.
게이토끼 : 헐.... 그렇구나. 근데 무슨 영화 보러 가는 거야?
차돌바우 : 응. 한반도.
어머, 어머 미친 뇬 무드 없게시리 영화 데이트 간다면서 만듦새 20점짜리 촌스러운 애국주의 영화를 보러 가다니. 차밍스쿨을 다시 열든지 해야지, 원. 그래도, 요 며칠 통 잠을 자지 못한 게이토끼는 일요일 오후에 데이또를 하러 가는 차돌이가 무척 부러웠다. 역시 게이는 부지런하고 봐야 돼.
에잇, 탁, 탁, 찍~!
같이 사는 어떤년은 그날도 학교가서 논문 읽느라 X빠졌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