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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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규 2006-06-26 07:51:59
+1 701
학부 시절에 디자인 관련 전공 수업은 모두 다 들어서 더이상 들을 과목이 없었던
4학년 2학기에는 교양 필수가 아닌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수업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 중에 아직도 수업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과목 중에 하나가
"세계 종교와 철학"이라는 수업이었다.

어머니는 20년이 넘도록 절에 가셔서 매년 가족들의 연등을 올리시고,
절기마다 절을 찾으셔서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시지만 어려서부터 종교와는
무관한 생활을 해온 나에게 종교라는 것은 학문의 한 분야일뿐 믿음을 기반으로 한
신앙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뭔가 종교가 가진 신비주의적인 면에는 관심이 많았던 내게 그 수업은 꽤나
흥미거리가 되어 주었다.
게다가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수업이 아닌, 여러 종교에 몸을 담고 계신 종교인들이
강사로 와서 자신의 종교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고 토론을 하는 형식의
수업인지라 종교에 관한 학문적 갈등을 꽤나 해소시켜주었던 수업으로 기억이 된다.

개신교도 목사, 천주교도 신부, 그리스정교회의 신부, 한강이북 7대 무속인에
해당하신다는 처녀무속인, 자이나교의 승려, 조계종과 태고종의 승려들이 강의를 하셔서
각각의 종교의 특성과 발생배경, 신화, 교리에 대하여 비교하여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었다.

그 수업을 맡으셨던 교수님의 말씀 중 아직까지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말씀이 있다.
"종교란 개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일 따름이다" 라는 말씀이다.

절대진리라는 것이 과연 존재는 하는 것인지 혹은 존재한다 치더라도, 인간의 지력으로는
판단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과연 한 종교에서 말하는 세상을 보는 하나의
관점을 과연 섣불리 세상의 진리라고 간주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 그 종교가 말하는 바는 진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리적 시간적 격차로 인해 일정 종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종교의 교리와 논리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 진리란 그들에게만 의미있는 진리인 것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종교란 그들의 사고를 얽메이는 굴레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제한하는 하나의 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하나 자신과 다른 타인들을 탄압할때만 근거가 되는 성서...
앞서 말했듯이 성서란 그들의 종교 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기독교 전통 내에 있지
않은 세계의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배제한다손 치더라도,
나는 과연 그들에게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성경 문구 말고 다른 문구들에 대해서
그들이 지킨 적이 있는 가를 물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성서에는 남색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와 함께
"당신 집 문을 두드리는 나그네를 박대하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
아마도 성서가 쓰인 지방인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나그네에 대한 박대는 곧
사막의 척박한 기후에서 살인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일 것이기에, 금지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남색을 하지 말라고 떠벌여 대는 성서 근본주의자들이
자신의 집문을 두드리는 남루하고 위험할지도 모르는 나그네에게 과연 문을 열어주겠는가?
또한, 성서에서는 "가재나 게 등과 같은 갑각류나 비늘없는 생선은 먹지 말라"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런 항목을 지키는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 교파 같은 일부 교파만이 있을 뿐
대다수의 기독교인 들이 무시하는 항목 아닌가?
성서의 어떤 부분은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문자그대로 해석을
해야한다면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 골라서 성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닐까?

경전이란 것이 그렇듯이, 누군가 성인이 하신 말씀을 그 당시의 풍속이나 사회상
등을 반영하여 계속 해석을 붙여나가 더 큰 의미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상황과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서에는 남색 (Sodomite)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
앞서 누군가 리플에 달아놓은 대로 성서의 남색은 단순히 동성애 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성행위를 제외한 다른 형태의 모든 성행위를 아우르고 있는 단어이다.
과거에 농경 수렵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의 노동력과 이성애적 성관계에 의한 노동력의
재생산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생식적 성행위는
금기가 되었을 것이고, 그 편견은 교리체계를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점점 더 견고해져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성서나 민간 전승에 의하면 고대 근동의 토착신들이 기독교에 흡수되는
와중에서 악마로 묘사되거나 혹은 성자화 되는 경우(산타클로스 처럼)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기독교 외에도 다른 종교 발전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으로,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정복할 때 상대 종족의 신이 악마로 전락을 하거나, 하위신으로서 편입되는 과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유대의 신처럼 잔인한 구약의 신과 범세계적 종교로 발돋움하면서 사랑과 용서를
설파하는 관용적 신의 모습이 기독교 내에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짧은 나의 소견이지만, 성서의 모든 구절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히려 덧붙여진 수많은 구절들이 성서가 진정으로 말하려는 것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한학기의 짧은 수업이었지만 종교에 몸담아온 여러분들께서 말씀하셨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길이 남의 길과 매우 달라보이지만,
정상에서 보면 모든 길들은 정상으로 통하듯이 종교란 하나의 진리만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교도 남에게 해가 되고, 남을 증오하고 배척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관용과 나눔, 사랑이 아닐까?

이는 아마도 자신과 다른이에게 늘상 반사적으로 칼날을 들이대는 몇몇 편협한
종교세력들과 종교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세력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군더더기와 오물을 씻어버리고, 당신의 신의 말씀을 직시하세요" 라고...

아류도나의것 2006-06-27 오전 01:19

아류 언니. 진지모드 돌입!
팔리기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 분석되어지는 가운데 귀추가 주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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